‘금리 인하기’ 은행의 예금 상품에서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돈을 오래 묵혀둘수록 적용받는 금리가 높지만, 은행들이 장기 예금 금리를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끌어내리면서 만기가 짧은 상품 금리가 오히려 높아졌다. 고객들도 장기보다 단기 예금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최고금리 기준)는 연 3.04%로 집계됐다. 반면 2~3년 만기 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2.67%였다. 6개월 단기가 2~3년 장기보다 금리가 0.4%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기본금리, 우대금리 모두 6개월 단기가 2~3년 장기보다 좋았다. 6개월 만기 예금의 기본금리는 평균 연 2.68%로 여기에 평균 연 0.37% 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더해졌다. 2~3년 장기 예금은 기본금리 평균 연 2.57%에 우대금리는 평균 연 0.11% 포인트에 그쳤다.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계속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단기 예금 금리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떨어질 게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약속한 기간에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장기 고금리 상품은 단기 예금보다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객들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금리 이점도 있지만,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도 단기 예금이 장기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예금은행의 6개월 이상 1년 미만 단기 예금 잔액은 197조7880억원으로 전년 12월 178조8030억원 대비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2년 이상 장기 예금 잔액은 60조4430억원에서 62조20억원으로 1조6000억원 정도 느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운용 기간 자체를 짧게 가져가면서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수요가 늘었는데, 단기 예금이 투자 자금 보관처로 쓰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에 은행들도 장기보다 단기 예·적금 상품에 힘을 쏟으며 고객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전북은행의 경우 최근 ‘25년 새해출발 특판 예금’을 내놨다. 가입 기간 6개월에 최고 연 3.20% 금리를 제공한다. iM뱅크는 지난달 31일 만기 1년짜리 고금리 적금 상품 ‘더쿠폰적금’을 출시했다. 최대 연 4.0%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