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리로다 여호와께서 그를 지키사 살게 하시리니 그가 이 세상에서 복을 받을 것이라… 여호와께서 그를 병상에서 붙드시고 그가 누워 있을 때마다 그의 병을 고쳐 주시나이다.”(시 41:1~3)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공원에서 열린 ‘노숙자 급식전도회’에 300여명 노숙인들이 모였다. 평소 230여명이 예배를 드리는데 요즘 계속해서 노숙인 숫자가 늘고 있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어 복음 전파자로서는 기쁜 일이지만 노숙자 숫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노숙자 급식전도회에 협력한 지 올해로 29년째를 맞고 있다. 1988년 처음 일본에 왔을 때 공원에서 파란 텐트를 치고 주거하는 사람들, 처마 밑에서 신문지를 깔고 자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의아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들과 함께함으로 매주 화요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비가 와도 태풍이 불고 눈이 내려도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사역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우리 사역도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엔 많은 비난도 받았지만, 철저히 거리 두기를 하고 알코올로 손 소독을 하며 마스크 착용을 한 채 쉬지 않고 사역을 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못한 채 음성을 확성하는 메가폰으로 말씀을 전해 사역 후 집에 돌아오면 목이 퉁퉁 부어 아팠다. 그럼에도 말씀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한국에서 선교 동역자들이 보내주신 마스크와 소독액 등이 선교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됐다.
노숙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 그들이 예수님을 믿고 새 사람으로 변화돼 다시 일본 사회에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점심 식사를 나누고 머리를 깎아주며 필요할 때면 건강 및 신앙 상담도 해준다.
점심 한 끼를 위해서 온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중에는 말씀을 듣고 싶어 오시는 분들도 많다. 일본인 나카무라상은 항상 성경 말씀을 노트에 적는다. 그는 도시락이 아닌 말씀을 듣기 온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에서 온 쿠시겐상은 10년 전 요요기공원에서 노숙자 사역을 하면서 만난이다. 그는 다른 노숙인과는 달리 항상 잘 차려입은 채 우리들의 사역을 돕는다. 다른 노숙인들의 줄을 세우거나 배식 등에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그런데 지금은 우에노공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가신다. 다카이치상은 한국 선교사가 목회하는 교회에 출석 중인데 성경 말씀을 필사하고 있다. 창세기부터 시작해 지금은 레위기를 필사 중이다.
나는 지난해 5월 15일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에서 만 70세로 은퇴를 했다. 그러나 선교지 형편에 따라 목회 사역을 계속하며 노숙 사역도 협력하고 있다. 우에노공원에는 몇몇 목회자들이 설교 봉사를 하고 있는데 일본인 엔도 목사는 올해로 85세임에도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하신다. 이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는다. 그래서 나도 건강이 허락되는 대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계속 사역을 하리라 다짐한다.
우리가 진행하는 노숙자 급식전도회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역이다. 작은 봉사활동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은혜를 내려 주심에 감사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도쿄=글·사진 신복규 은퇴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