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실질적 심의 있었다” 총리·장관 “회의라 할 수도 없었다”

입력 2025-02-02 18:36

윤석열 대통령과 10명의 국무위원이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17분부터 5분간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이 아닌 대접견실에서 모였던 자리는 과연 국무회의일까, 아니면 국무회의라 칭할 수 없는 수준의 모임에 불과했을까. 윤 대통령 측은 “국무회의 심의가 명백히 있었다”고 말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대다수 국무위원은 “회의라 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회의록은 없고 참석자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이 모임이 정상적 국무회의로 인정될 것인지 여부는 12·3 비상계엄의 요건 미비 및 위헌성 여부를 가르는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계엄 국무회의’ 재구성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모든 절차가 헌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하나, 정작 애초 국무회의 소집 계획마저 없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무위원들이 늦은 시각 용산 대통령실로 모이기 시작한 계기는 한 총리의 국무회의 소집 건의로 알려져 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국무위원들이 모여 더 많은 국무위원이 반대하고 걱정을 제시해 계엄을 막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일 국무위원들의 소집은 체계적이지 못한 형태로 이뤄졌다. 국무위원들은 12월 3일 밤 대통령실 행정관으로부터 “대통령실로 빨리 들어오셔야 되겠다”는 말만 개별적으로 들었을 뿐 국무회의 개최인지, 안건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유선 연락 시점은 이르면 오후 8시부터 늦게는 오후 9시54분까지 다양했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금 빨리 올 수 있느냐”는 연락에 택시를 타고 용산으로 향하던 중 “종료됐습니다. 귀가하십시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국무위원들이 일부 모인 상태에서도 국무회의라는 형식은 분명히 공유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일찍 도착해 상황을 파악한 국무위원들이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로 규정을 검색해 ‘심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오후 8시40분 대통령실에 도착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그 자리에서 검색해서 ‘심의라는 게 있다. 이 부분을 거쳐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를 여러분이 했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고 부르신 것 같지도 않고, 저희는 국무회의라는 것을 알고 간 게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무위원들이 대외신인도 등을 들어 계엄 우려를 표명한 점을 국무회의가 열렸다는 큰 근거로 삼는다. 오히려 실질적인 심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2일 “사전심의 과정을 거쳐 마지막 회의 정족수도 채웠고, 계엄선포문도 배포됐다”고 말했다.

다만 다수 국무위원은 당시 회의가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었다는 태도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자체가 많은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었다”고 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형식과 절차 면에서 절대로 국무회의가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태열 장관은 “주재했다는 말도 적합하지 않다. 회의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누군가가 (회의록을) 기록한 것으로 안다”고 했지만 행정안전부는 안건 내용, 발언 요지가 기재된 회의록을 작성하지 못했다. 국무위원들은 참석자들의 서명을 남기자는 누군가의 제안에도 모두 반대했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의 종류, 일시, 지역, 계엄사령관 이름이 기재된 선포문에 대해서도 “각 국무위원들에게 배포됐다”고 주장했으나, 참석자 대다수는 이걸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박 장관만 거의 유일하게 “‘포고문’이 한 장 있었던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놓여 있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3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비상계엄이 아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며 “‘국무회의가 아니다’보다는 ‘절차상 하자가 있는 국무회의’라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문서로 한다’ ‘부서해야 한다’ ‘국무회의를 해야 한다’는 세 가지 장치를 두고 있다”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하자가 중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