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0% 넘게 줄며 15개월간 이어왔던 ‘수출 플러스’ 행진이 멈췄다. 평년 대비 이른 설 연휴(1월 25~30일)와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조업일수 영향을 크게 받는 자동차 수출이 20% 가까이 급감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9개월 연속 100억 달러 이상 수출 기록을 이어갔지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 조짐을 보이며 향후 수출 전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지난해 1월보다 10.3% 감소한 491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월별 수출 증감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2023년 9월(-4.4%) 이후 16개월 만이다. 15대 주력 수출품 중 2개 품목(반도체·컴퓨터)을 제외한 13개 품목 수출이 모두 전년보다 줄었다. 반도체에 이른 수출 2위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19.6% 감소한 50억 달러에 그쳤고, 차(車)부품 수출액도 17.2% 줄어든 16억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8.1% 증가한 101억 달러로, 역대 1월 기준 2022년(108억 달러)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도 14.8% 늘어난 8억 달러로 13개월 연속 증가 행진을 이어갔다.
산업부는 지난달 설 연휴로 1월 조업일수가 20일에 그치며 지난해 1월의 24일보다 4일 감소한 것이 수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완성차 및 협력업체들이 설 연휴에 이어 평일인 31일에도 자체적인 추가 휴무를 실시해 조업일수 감소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지역별로도 대(對)중국 수출이 춘절 연휴(1월 28일~2월 4일) 영향으로 14.1% 감소했고, 대미국 수출도 자동차·일반기계 수출 감소 여파로 9.4% 줄었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7.7% 늘었다. 지역별로도 중동을 제외한 미국·중국 등 나머지 9개 시장에서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수출 모멘텀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향후 수출 전망을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에 25%, 중국 등 기타 주요국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10.2%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세가 이어질 경우 경기 부양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야·정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