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기내 배터리 화재

입력 2025-02-03 00:40

해외여행객에게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는 필수품이다. 여행지의 교통과 날씨 맛집 정보 등을 얻으려면 충분한 배터리가 있어야 안심이다. 보조배터리는 부치는 짐에는 넣을 수 없고, 기내 반입만 허용된다. 리튬 함량 2g 이하인 보조배터리는 용량 100Wh 이하인 경우 1인당 5개까지 항공기 내부 반입이 가능하다.

이를 가방에 넣어 머리 위 선반 보관함(오버헤드 빈)에 넣는 경우가 많은데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보조배터리가 팽창하며 불이 날 수 있는데 선반 안에 두면 화재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선반에서 연기가 나거나 불꽃이 보인다면 이미 진압이 어려운 상태다. 보이는 곳에 있으면 불꽃이 튈 때 바로 알아챌 수 있다.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3년 6건, 지난해 8월까지 5건이다. 지난해 12월 에어부산은 여객기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화재로 승객들을 내리게 하고 대체 편을 투입한 적이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긴급 회항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설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로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탈출하는 아찔한 상황이 일어났다. 제주항공 참사를 겪은 지 한 달 밖에 안 된 후라 놀란 사람들이 많았다.

탑승객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휴대용 배터리가 조심스럽게 지목된다. 선반 보관함에 넣은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나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된 전자기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다. 리튬배터리는 전용 소화약제가 없어 초기에 발견을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사고 여객기는 이번 화재로 지붕이 처참하게 녹아내렸다.

배터리 직접 휴대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승객이 사실상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안내방송 정도로는 부족하다. 의무 규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보조배터리는 몸에 지니기. 안전한 비행기 여행을 위해 유념해야 할 목록이 늘었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