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유’ 작년 휘발유 수출 역대 최대… 올해는 미소 짓기 힘들 수도

입력 2025-02-03 01:22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가 수출한 휘발유와 경유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수출 환경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지난해 수출한 휘발유가 1억1189만 배럴, 경유는 2억166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199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고부가 제품인 항공유 수출량은 전년 대비 3% 늘어난 8826만 배럴이었다.

지난해 전체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2023년보다 4.8% 증가한 4억9045만 배럴을 기록해 2018년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랐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2.9% 감소한 451억7000만 달러(약 61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석유협회는 “휘발유, 경유 수출량 최대치 기록은 지난해 글로벌 정제마진 약세로 경영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국내 정유사가 경질유제품 수출 확대로 돌파구를 모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제품별 수출량 비중은 경유가 41.1%로 가장 컸다. 이어 휘발유 22.8%, 항공유 18%, 나프타 8.1% 순이었다. 휘발유 수출은 전년보다 12.1%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정유업계 수출 성적이 좋았던 것은 호주, 일본 등 수요 증가 요인이 있는 국가를 공략한 결과다. 국가별 수출량은 호주 18%, 일본 12.9%, 싱가포르 12.5%, 미국 8.8%, 중국 8.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 수출량이 33% 급증했다. 일본은 탈탄소화 및 에너지 절약 일환으로 약 10년 전부터 정유공장을 통폐합해왔는데, 지난해 엔저로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휘발유와 항공유 부족 사태를 겪었다.

다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여파로 정유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만큼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에 미소 지을 공산이 크다. 원재료값 하락은 곧 마진 상승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될 경우 트럼프 효과는 상쇄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기후협약을 탈퇴하고 화석 연료 정책을 확대했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 글로벌 물동량이 줄며 오히려 수요가 위축됐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에너지·통상 정책 영향 등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져 올해 석유제품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