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식습관·스트레스 등 원인
적절한 치료 통해 증상 조절하고
합병증 예방·삶의 질 향상에 중점
기존 치료법 듣지 않는 환자들
표적신약 활용으로 선택지 넓어져
적절한 치료 통해 증상 조절하고
합병증 예방·삶의 질 향상에 중점
기존 치료법 듣지 않는 환자들
표적신약 활용으로 선택지 넓어져
몇몇 연예인의 투병 고백으로 알려진 ‘염증성 장질환’. 10·20대 등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아 학업이나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하지만 근래 생물학적 제제나 소분자 제제 같은 이른바 ‘표적 신약’이 속속 등장하면서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고 만성적인 장내 염증을 줄이며 재발과 합병증을 예방·관리하면 평생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정성훈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3일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보다는 질환 관리, 증상 조절, 합병증 예방, 그리고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다”며 “최근엔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단계적으로 설정해 치료 성과를 추적하는 ‘T2T(Treat to Target)’ 접근법이 권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특히 생물학적 제제나 소분자 제제는 기존 보편적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약제 내성이 생겨 기존 약물을 쓸 수 없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해 더 많은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에게 대표적 염증성 장질환인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최신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두 질환은 어떻게 다른가.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국한된 만성 염증 질환이다. 항문 근처 직장에서 시작해 상부 대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묽은 변, 혈변, 배변 시 점액 배출 등이 주요 증상이다. 심한 경우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한다. 2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70대까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이 심해지면 궤양이 생기고 복통과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염증이 깊으면 구멍이 뚫리는 장천공이나 좁아지는 장협착이 초래되고 그로 인해 체중 감소와 영양 결핍을 겪을 수 있다.”
-발병 원인은.
“유전적 소인(가족력), 환경적 요인, 장내 세균총의 변화, 면역반응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과 관련된 환경적 요인이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제당류, 지방산, 인공 감미료, 육류 섭취가 늘고 섬유질, 과일·채소 섭취가 감소하는 등 식생활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유럽과 북미에서 염증성 장질환의 유병률이 높은 이유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도 산업화와 함께 발병률이 급증하는 추세다.”
정 교수는 “특히 젊은 시기는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기 쉬워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패스트푸드 섭취와 항생제 사용 증가, 모유 수유 감소, 공해 노출 등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려 면역 반응을 촉발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트레스와 흡연도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표적 신약’은 언제 쓰나.
“중등도(중간)~중증 환자는 기존 보편적 치료(5-ASA제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에 반응이 부족하거나 약제 내약성이 없으면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 제제를 써서 증상을 완화하고 관해(완전 제거)를 유도할 수 있다. 두 신약 모두 염증 반응을 매개하는 특정 분자나 경로를 표적으로 작용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주로 세포 외부에서 특정 항원이나 수용체를 표적으로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 피하나 정맥 주사로 투여된다. 항TNF제제, 인테그린억제제, 인터루킨-12/23제제 등이 대표적인데 심한 염증이 있는 환자에게서 효과가 뛰어나다.”
-편리하게 먹는 약도 나왔는데.
“최근 경구 복용이 가능한 소분자 제제들이 개발돼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고 급여가 됐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작은 분자들로 구성돼 세포 내부에서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 특히 JAK억제제(토파시티닙, 필고티닙, 우파다시티닙)는 궤양성 대장염에서 빠르고 강력한 항염증 효과를 보인다. 크론병 환자들에겐 우파다시티닙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 교수는 “치료는 부작용 위험이 적고 효능이 비교적 약한 약물부터 시작해 필요에 따라 강력한 약물로 단계를 상승시키는 전략을 따른다”면서 “예를 들어 경도의 궤양성 대장염은 5-ASA제제로 시작해 치료 반응이 없으면 스테로이드,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 제제로 차례로 조정한다. 크론병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치료하되, 장협착이나 천공이 있는 경우 수술을 권한다”고 말했다.
-신약의 안전성 문제는 없나.
“모든 환자가 신약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일부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써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감염 위험, 드물게 암 발생 부작용이 보고돼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소분자 제제 역시 혈전 형성, 간 기능 이상 등 잠재적 부작용이 존재한다. 생물학적 제제보다 상대적으로 최근 도입된 약물이어서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다.”
-염증성 장질환 예방법은.
“금연과 건강한 식습관 유지,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가족력 같은 개인적 위험 요소가 있다면 증상에 관심을 두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게 좋다.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로 질환을 초기부터 관리해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