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소주 한 잔 반 정도로 가볍게 술을 마시더라도 비음주자에 비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매일 가벼운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대장암 위험을 낮추려면 최소 14년의 장기간 금주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식품생명공학과 허진희 교수팀은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이런 내용의 연구 논문을 미국 국립암연구소 저널(JNCI)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의 간호사건강연구와 보건의료인 추적 연구 참여자 13만7000여명을 최대 38년간(1980~2018년) 관찰했으며 음주량뿐만 아니라 음주 패턴, 주종, 잠복기 및 금주·절주가 대장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추적 기간 동안 3599명이 대장암에 걸렸다. 분석 결과 하루 5~14.9g, 15~29.9g의 가벼운 또는 적당한 음주자는 비음주자보다 대장암 위험이 각각 11%, 24%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볍거나 적당한 음주의 일일 알코올 섭취량은 여성 15g(소주 1.5잔, 맥주 1캔, 양주 1잔), 남성 30g(소주 3잔, 맥주 1병, 양주 2잔) 미만이다. 선행 연구를 통해 여성은 하루 알코올 섭취량 15g 이상, 남성은 30g 이상 과도한 음주를 할 경우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벼운 혹은 적당한 음주와 대장암 발생과의 상관성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연구팀이 다양한 음주 패턴을 비교한 결과, 비음주자에 비해 주 5일 이상, 음주 시 30g 이상의 알코올을 과잉 섭취하는 경우 대장암 위험이 47% 증가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총 알코올 섭취량이 대장암 발생의 주요 요인임을 시사한다. 또 하루 30g 이상 알코올 섭취로 인한 대장암 발생은 평균 8~12년 후에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허진희 교수는 3일 “이번 연구는 가벼운 음주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했다. 이어 “음주가 장기간 건강에 미치는 위험과 더불어 금주 또는 절주를 통한 개선 효과를 보기까지도 오랜 기간 걸리는 만큼, 금주와 절주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대장암 예방 및 건강증진에 필수적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