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너지공사 열수송관 점검반 소속 이성호(66)·주원식(53)씨가 지난달 21일 양천구 목동에서 차량(사진)을 약 10㎞/h의 속도로 천천히 몰았다. 이씨는 “이 도로 밑에는 양천구 6만3439세대의 난방을 책임지는 열수송관이 지나간다”며 “이 차량을 타고 열수송관에서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밤낮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열수송관은 주로 도로에 매설돼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된 난방용 물(최대 115℃)을 아파트 단지로 공급하고 회수하는 역할을 한다. 누수가 심한 경우 수만세대의 난방이 끊긴다. 이씨는 “설에도 쉬지 못하고 점검한다”며 “우리가 일해야 주민들이 따듯하게 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수석에 앉은 주씨는 차량 내부 모니터를 쉴 새 없이 주시했다. 차량 지붕에 달린 열화상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촬영한 도로의 모습이 모니터에서 나왔다. 점검반은 열수송관이 묻힌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온도 차이가 5℃ 이상이면 누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열수송관은 단열 성능을 지닌 두께 70~80㎝의 외관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열이 방출되지 않지만 최대 115℃인 물이 새어 나오면 해당 부분 온도가 높아진다.
점검반은 책임감 속에 일했다. 점검반이 관리하는 공사의 열수송관은 448㎞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 사이 직선거리(325㎞)보다 1.4배 길다. 더욱이 7개 자치구(강서·양천·구로·노원·도봉·중랑·성북) 26만6246세대가 이 열수송관을 통해 집을 데운다. 주씨는 “누수를 놓치면 온 동네 난방이 끊길 수 있으니 늘 긴장 상태”라고 전했다.
점검반은 365일 24시간 점검을 반복한다. 서부권(강서·양천·구로)과 동부권(노원·도봉·중랑·성북)으로 나눠 각각 8명이 4조 3교대로 열수송관 448㎞를 점검한다. 1시간에 약 9㎞씩 꼼꼼하게 살피며, 모두 점검하는 데 48시간이 걸린다.
공사는 지난해 이 같은 방법으로 누수 의심 지점 101곳을 발견했다. 땅을 파 확인하니 62곳에서 누수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돼 수리했다. 공사 관계자는 “점검반이 누수 의심 지점을 보고하면, 담당 직원이 새벽에도 달려가 조치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해 공사에 실시간 누수 감지 기술 도입 예산 4억원도 지원한다. 공사가 땅속에 센서를 매설해 열수송관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권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2일 “안정적인 난방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시민들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