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하시마(군함도) 탄광을 포함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후속 조치 보고서에 한국 정부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에 이어 일본 당국이 과거사 문제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일본 측이 제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관련 후속 조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일본은 보고서에 한국의 요구사항인 강제동원된 조선인의 증언 전시 등을 담지 않았고, 오히려 한·일 강제병합이 합법이라는 주장을 전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정보센터를 유산 현장이 아닌 도쿄에 만들고 전시물에 조선인 차별이나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 전시, 한·일 강제병합 합법성 전시물 즉각 철거, 강제동원 관련 전체 역사 설명 등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 요청에 위원회는 관련국과 대화 및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결정을 채택하면서 추가 조치 진전사항을 제출해 달라고 일본에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은 후속 조치인 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사도광산 추도식 논란에 이어 군함도까지 무성의 대응이 계속되면서 일본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베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역주행하고 있다”며 “한국이 어떤 반응을 보여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들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양자, 유네스코 틀 내에서 일본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이행을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