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맞은 네이버 치지직, 노골적 ‘벗방’ 골머리

입력 2025-02-03 02:04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모습. 연합뉴스

출시 1주년을 맞은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이 이달 말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 치지직은 최대 경쟁사이자 방송 플랫폼 점유율 1위인 숲(SOOP)을 바짝 따라잡으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노골적인 ‘벗방(노출 방송)’ 등 음란성 콘텐츠가 지속해서 업로드되면서 자극적인 방송으로 플랫폼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네이버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편으로 부적합한 콘텐츠를 엄격하게 거르겠다는 방침이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불과한 대책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치지직 내 부적합한 콘텐츠에 대한 기준과 콘텐츠 등급 정책 등을 개편해 관련 내용을 이달 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유해 콘텐츠에 해당하는 예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부적합한 콘텐츠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했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방송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 유해 콘텐츠 제공자는 콘텐츠의 신규 업로드가 임시 또는 영구적으로 제한되고, 이 기간에 치지직 내 다른 채널 콘텐츠에 출연할 수 없다.


미성년자 제한 등급으로 분류해야 하는 콘텐츠 기준도 강화된다. 의상 탈·착의 동작이 반복되거나 성행위에 대한 토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은 미성년자 제한 등급으로 설정해야 한다. 콘텐츠의 주된 소재, 배경, 내용이 음주, 흡연과 관련된 경우도 시청 등급을 제한해야 한다.

네이버의 대대적인 가이드라인 개편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유해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 및 필터링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해 콘텐츠 업로드 신고가 들어온 치지직 채널 중 이용 제한 조치를 받은 곳이 하나도 없다며 모니터링 기준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 ‘그린아이’를 활용하는 등 음란물 필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선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스트리머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게임 방송을 내걸고 노출 방송을 해도 모니터링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청소년의 성장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콘텐츠는 입법, 행정상 절차를 마련해서라도 선제적으로 막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정부 기관이 강하게 제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