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레바논 아티스트 리나의 스피치 퍼포먼스를 보러 다녀왔다. 공연의 제목은 ‘제가 당신을 아나요?(Do I Know You?)’였다. 공연은 프랑스어로 진행됐으며 영어 자막을 동시에 영사해줬다. 내가 공연을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마저도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2시간가량 진행된 공연은 무척 마음을 울렸다. 우선 무대에 서 있는 이민자 여성 리나의 신체와 강인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공연 전체가 한 사람의 낭독으로 이뤄졌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충분히 다이내믹해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 또한 그랬다.
무엇보다 공연의 내용이 아름다웠다. 리나는 자신이 사람들의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고 고백하며, 우연히 차 안에서 길을 걷는 남편을 봤는데 다른 사람인 줄 착각했다는 농담으로 낭독을 시작한다. 뒤이어 어린 시절 고모가 “무슬림과는 친하게 지내면 안 돼. 그들은 얼굴이 검고 매부리코야”라고 말했는데, 그와 일가친척 모두 무슬림 얼굴이어서 의아했다고 한다. 그와 가족은 크리스천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친척의 결혼식에서 어린 리나는 “그럼 저분은 무슬림이에요?”라고 큰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물었다가 뺨을 맞는다. 이 일화를 통해 그는 질문한다. 우리는 어떻게 얼굴을 통해 서로를 구분 짓는가. 얼굴로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일은 얼마나 불합리하고 이상한가.
그는 뒤이어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를 꺼낸다. 비슷한 인종끼리 서로를 죽여야 하기에 ‘사과’를 발음하도록 시킨다고 한다. 그 발음이 자신의 방식과 다를 경우 총살한다. 한국의 일제강점기와 유사한 일화였다. “만약 우리가 비슷한 얼굴이라면 어떻게 서로를 차별하려 할 것인가?”라는 리나의 질문은 인류가 차별하고 적대시할 장치를 계속 발명해 왔다는 뼈아픈 지적으로 들렸다. 얼굴뿐 아니라 무엇도 차별의 근거는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다름을 서로를 배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