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민생회복지원금이 꼭 필요하지만 정부·여당이 반대해 추경안 편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효율적 민생지원 정책이 나온다면 지원금 아닌 다른 정책인들 무슨 상관이냐”고도 말했다. 그간 민주당은 조기 추경을 통해 전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대표가 뒤늦게 지원금 포기 뜻을 밝힌 건 다행이나 1년 가까운 논란 끝에 이제야 이런 태도를 취한 데 대해선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국민 지원금은 내수진작 효과가 크지 않고 재정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해 왔다. 또 ‘세수 펑크’ 상황인데 적자국채를 통해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는 바람에 지원금 문제는 여야 관계에서 늘 악재가 됐고, 민주당의 지원금 입법 강행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며 계속 국회를 파행시켰다.
이 대표가 지원금 문제로 정국을 꽉 막히게 해놓고선 왜 이제야 물러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엔 ‘효율적 민생지원 정책’을 생각해보진 못했던 것인가. 이 때문에 그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추경 성사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기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 접근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당 기본사회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기본사회’ 시리즈에서 벗어나려고 했었는데, 지원금 포기도 그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표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유연한 태도로 나서는 걸 탓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본인의 이전 정책으로 빚어진 정국 혼란에 대해선 먼저 사과하는 게 도리다. 아울러 추경 때문에 지원금을 포기한다지만, 예산안이 통과된 지 얼마나 됐다고 금세 추경을 하자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12월에 정부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깎아서 강행처리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추경을 서두를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 대표 제안을 계기로 여야가 속히 추경에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위기 업종에 대한 지원과 민생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추경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마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 대표 추경 언급에 대해 국정협의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했으니 협의회 가동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