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후 상경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추석연휴 귀향이었다. 설연휴 때는 방학 중이라 연휴 기간을 피할 수 있었지만 추석연휴는 대책이 없었다. 열차표 예매가 최고의 선택지였지만 표를 살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어쩌다 구할 때도 입석이었다. 입석으로 갈 때는 5~6시간을 꼼짝없이 서 있어야 했다. 열차 내 통로까지 짐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인터넷 예매가 시작된 2004년부턴 표 구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역에 가지 않고도 클릭 몇 번으로 예매가 가능해졌다.
명절 열차표 예매는 아이돌 콘서트·팬미팅 예매, 각 대학 수강신청과 함께 소위 ‘대한민국 티케팅 3대장’으로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만 KTX 좌석 확대, 역귀성객 증가 등으로 과거보단 쉬워진 편이다. 귀성과 귀경 각각 1인당 6매씩 예매할 수 있어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이들은 중복 예매하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일정이 확정되면 사용할 표 외에는 즉시 취소하는 것이 에티켓이라는 점이다. 중복합격자가 진학하지 않을 대학에 서둘러 포기 의사를 전해주면 그 대학 추가 합격을 소망하던 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빠른 열차표 취소는 누군가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한동안은 출발 하루 전에 명절 열차표를 취소해도 위약금이 400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요금의 5%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뒤늦은 취소표를 줄이기 위한 조치인데 그럼에도 지난 5년간 명절 열차표 중 43.3%가 예매 후 취소됐고, 전체 표의 4.5%인 148만여장은 끝내 다시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명절 연휴에 열차가 빈 좌석으로 운행된다니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에게는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명절 열차표는 취소 위약금 기간을 확대하고 위약금 액수를 더 상향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아직 중복 예매된 명절 열차표가 있다면 사용하지 않을 표를 서둘러 취소하면 좋겠다. 위약금도 덜 물고, 무엇보다도 그 표가 간절한 이에게는 큰 기쁨을 주는 일이 될 것이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