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 로널드레이건공항 주변 상공에서 29일(현지시간) 밤 여객기가 군용 헬기와 충돌해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30일 오전 7시 30분까지 총 67명의 탑승자 중 28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워싱턴DC 소방당국은 생존자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는 이날 오후 8시48분쯤 착륙을 위해 로널드레이건공항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군용 헬기와 부딪힌 뒤 인근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사고 여객기는 캔자스주 위치토시에서 워싱턴DC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 소속 국내선 소형 여객기다.
여객기와 충돌한 헬기는 미 육군의 시코르스키 H-60(블랙호크) 기종이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포토맥강 상공 위를 날고 있던 여객기 쪽으로 헬기가 접근하다 충돌하면서 거대한 섬광이 번쩍였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이, 사고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타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여객기에는 대회 참가 후 돌아오던 미국피겨스케이팅연맹 소속 피겨 선수와 코치, 가족 등이 20명 가량 탑승했다. 러시아 피겨 선수 출신으로 미국에서 코치로 활동해온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직후 긴급 구조대가 포토맥강에서 보트를 타고 탑승자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짙은 어둠과 차가운 겨울 기온, 강풍 탓에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존 도넬리 워싱턴DC 소방서장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구조대가 여객기에서 27구, 헬기에서 1구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현재로서는 생존자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 착륙 몇 분 전 공항 관제사가 33번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는지 묻자 조종사가 가능하다고 답했고, 관제사는 착륙을 허가했다. 충돌 30초 전 관제사가 헬기 조종사에게 여객기가 보이는지 물은 뒤 여객기 뒤로 통과하라고 지시했다. 그 직후 헬기와 여객기가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레이건공항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그들의 영혼에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헬기를 비난하는 글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그는 “여객기는 공항으로의 접근 경로에 완벽하게 있었다”며 “왜 헬기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고 방향을 바꾸지도 않았나”라고 적었다. 이어 “왜 관제탑은 헬기에게 여객기를 봤는지 묻는 대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나”고 물으며 “예방할 수 있었던 나쁜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NN은 “전문가들은 1982년 에어플로리다 항공기가 버지니아주 알링턴과 워싱턴DC를 연결하는 14번가 다리에 추락한 이후 워싱턴DC에서 수십년 만에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재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