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구속기소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내달부터 사법부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간다. 설 연휴로 잠시 멈췄던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은 2월 4일 재개된다. 첨예한 법리 다툼과 함께 사법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치고받기도 격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헌재 및 사법부 판단을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뿐 아니라 사법부에서 치우침 없이 공정한 진행을 거쳐 선고를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다음 달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5회 변론기일을 연다. 매주 화·목 주 2회 변론이 열리고 다음 달 13일 8회 기일까지 지정돼 있다. 5회 기일에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6일에는 “대통령의 체포 지시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신문이 진행된다.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부인한 만큼 진실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헌재 결정에 따라 추가 기일이 지정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오는 4월 18일 만료되는 만큼 헌재가 3월 말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란 혐의 피고인들 형사재판도 속속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다음 달 6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윤 대통령 첫 준비기일도 내달 중 열릴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 변호인과 접견해 재판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심 선고 일정이 맞물리면서 정국이 요동칠 수도 있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을 다음 달 26일 진행할 예정이다. 3월 중 선고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왔는데 이 대표 항소심은 지지부진할 경우 법원 신뢰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신속 심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헌법재판관의 편향성 의혹을 주장한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심판 절차를 정치적 심판으로 변질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가 불필요한 논란을 진화하는 데 소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진영 논리에 따라 헌법재판관들이 결론을 내려놓고 짜 맞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헌재가 그런 비판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수 박재현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