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6% 뛸 때 월급 2.8% 찔끔… 금융위기 후 최대 격차

입력 2025-01-31 01:12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2년부터 2년 연속 근로소득 증가율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식료품·에너지 등 주요 품목 가격이 뛰어오르는 속도를 임금 인상분이 쫓아가지 못한 것이다. 근로소득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 격차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덮친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귀속연도 1인당 평균 근로소득(총급여 기준)은 4332만원으로 1년 전(4213만원)보다 2.8%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2.3%) 이후 가장 낮고, 2014년 이후 10년 평균치(3.6%)를 한참 밑돈다.

반면 같은 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6%로 근로소득 증가율을 0.8% 포인트 웃돌았다. 2022년에도 근로소득 증가율(4.7%)보다 물가 상승률(5.1%)이 0.4% 포인트 더 높았는데, 1년 새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근로소득 상승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큰 건 2009년(-2.0%) 이후 2022년이 처음이었다. 임 의원은 “근로소득자의 소득 증가세가 약해지며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소득의 마이너스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 상승 여파는 먹거리에 집중되며 체감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 조사 품목(458개)의 물가 상승률 상위 10개 중 9개가 과일·채소 등 식료품으로 집계됐다. 배는 재고량 부족에 폭염 등의 여파로 출하량이 줄며 가격이 71.9% 급등했다. 과일류인 귤(46.2%)과 감(36.6%), 사과(30.2%)를 비롯해 채소류인 배추(25.0%), 무(24.5%) 가격도 급등했고, 김(21.8%), 토마토(21.0%), 당근(20.9%) 등도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를 제외한 물가 상승 10위권 품목은 컴퓨터 수리비(30.1%)뿐이었다.

다만 물가 상승세가 둔화 국면에 들어서며 근로소득과의 격차도 점차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3%로 전년(3.6%) 대비 1.3% 포인트 떨어진 반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집계된 전체가구 근로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3.9%), 3분기(3.3%)로 회복세에 들어섰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2025년 1월 10일자 28면)에서 “최근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면서 내수 회복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