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시대 성큼… 보안 강화하는 통신업계

입력 2025-01-31 01:12

양자컴퓨터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통신업계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를 막는 방패’로 불리는 암호 신기술로, 양자역학 원리를 응용해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양자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정부가 5년 내로 국내 암호 체계를 양자내성암호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보안이 필수인 통신업계는 관련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활용한 통합 계정관리 솔루션 ‘알파키’를 출시해 금융·의료·공공기관 등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에 보급한다고 30일 밝혔다. 알파키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이용하는 기업 임직원의 사용자 인증 및 개인정보 취급 과정을 양자내성암호 기술로 암호화한 것이 특징이다.

KT는 최근 하이브리드 양자 보안 가상사설망(VPN) 서비스 실증을 완료했다. 기존에는 특정 통신 구간에서만 양자 암호화 기술을 적용했다면 이번 실증을 통해 전송망에서 고객 구간까지 하이브리드 양자 보안을 적용했다. SK텔레콤은 국내 양자 기업들과 양자 동맹을 꾸리고 지난해 양자내성암호와 양자키분배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양자암호를 선보였다.

통신업계가 관련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는 이유는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암호체계는 큰 숫자를 소인수 분해하는 원리를 활용한 ‘RSA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의 암호를 해독하려면 모든 소인수 조합을 계산해야 해 슈퍼컴퓨터로도 100만년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훨씬 빠르고 복잡한 계산을 단 몇 시간 만에 처리하기 때문에 RSA 알고리즘을 포함한 기존 보안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의 해킹을 막을 대안으로 꼽힌다. 양자컴퓨터가 0과 1 두 가지 비트 신호를 중첩한 ‘큐비트’를 사용해 병렬적으로 연산하는 원리를 똑같이 이용한다. 큐비트를 암호 정보 전달 수단으로 활용하면 누군가 중간에서 정보를 엿볼 때 0과 1중 어떤 신호인지 인식하지 못해 해킹과 도청이 불가능하다. 정보 수신자가 양자키라는 전용 열쇠를 사용할 때만 송신자가 보내려 했던 정보가 0과 1중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구축해 온 보안 시스템이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