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성적표가 공개되자 시장이 요동쳤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급성장을 이룬 메타는 투자자 호응을 받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는 두 자릿수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AI 사업 부진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테슬라는 사상 처음으로 판매 성장세가 꺾였지만 되레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미국 주요 빅테크 그룹인 ‘매그니피센트 7’ 중 3개사인 메타·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는 29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각사가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한 484억 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208억 달러로 48.6% 증가했다. 월가의 매출 컨센서스(470억 달러)를 웃돈 수준이다. 특히 AI 관련 사업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메타가 출시한 AI 챗봇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12월(6억명) 대비 1억명 이상 늘어난 7억여명을 기록했다. 메타는 이 서비스의 올해 이용자가 1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신규 거대언어모델(LLM) 모델인 ‘라마’도 함께 출시할 예정이다.
반면 전통적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견고한 실적 상승세에도 AI 사업에 대한 실망감에 발목을 잡혔다.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난 241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가 포함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19% 증가한 255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기존 증권가 컨센서스(258억 달러)에 미달한 수치다. 메타와 MS 모두 회사 자체의 성장률 자체로만 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지만, AI 사업에서 실질적인 희비가 갈린 셈이다. 메타는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5% 상승했지만, MS는 5% 하락했다.
테슬라는 사상 처음으로 판매 성장세가 꺾이며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AI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올해 말까지 1000대 생산하고 현장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로보택시 전용으로 개발 중인 신차 ‘사이버캡’은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고, 6월부터는 운전자가 한 명도 탑승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FSD)을 유료 서비스로 출시해 수익 창출에 나선다고 밝혔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 기업 실적 자체는 양호하게 발표되고 있지만 AI 과잉 투자 및 업계의 마진 감소 우려 관련 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