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강력한 트럼프 무역제재 피해 새 ‘우회수출 통로’ 개척 의도

입력 2025-01-31 02:30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한 추가 우회수출 통로 개척이 절실하다. ‘관세맨’ 트럼프는 더 강력한 대중국 무역 제재를 예고하고 있고, 미국은 멕시코 베트남 등 중국의 기존 우회수출 루트 차단에 팔을 걷어붙였다. 멕시코와 베트남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일 뿐 아니라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제조업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의 대중국 무역 장벽은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중국에 60%, 혹은 그 이상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그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지난 2018년 중국에서 수입하는 약 2200개 품목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간 중국은 멕시코 베트남 등을 통한 우회수출로 미국의 관세 장벽에 대응해 왔다. 중국은 트럼프 1기의 대중국 무역 제재가 가시화하자 철강,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멕시코에 투자와 수출을 늘렸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관세 혜택을 누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중국과 가깝고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에는 대미 수출용 태양광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30일 국민일보 의뢰로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멕시코를 경유해 우회수출한 규모는 2018년 193억 달러에서 2023년 303억 달러로, 같은 기간 베트남의 경우 65억 달러에서 140억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은 중국의 우회수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이었던 지난 20일(현지시간)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올해 2월 1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도 멕시코를 통한 중국산 철강 우회수출을 겨냥해 지난해 7월 북미 지역에서 제강되지 않은 제품엔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남아 4개국(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에 대해 태양광 제품 관련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시작했고,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한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관세 면제 조치도 폐지했다.

기존 우회수출 경로가 막힐 공산이 커진 중국은 한국을 주목한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중국과 가깝다는 지리적인 이점이 있고 미국과 FTA 체결이 돼 있다”며 “특혜를 노리고 들어오는 중국 기업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제조업 역량이 뛰어난 한국의 시설·인력·기술을 활용하고, 한국산이 가지는 고품질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은 이미 한국을 중국의 우회수출 통로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의 대미 수출 우회로로 한국을 지목한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에 대한 3건의 우회수출 조사를 개시했다. 이에 관해 한 수석연구원은 “‘택갈이’가 빈번해질 경우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가 한국산 제품에까지 적용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