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설 연휴 내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헌법재판소 흔들기’에 주력했다. 당 지도부는 “공정한 심판을 주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치권에선 탄핵심판 이후의 ‘불복’ 여론전 및 조기 대선 국면을 상정한 정략적 액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집권여당이 사법기관 불신 조장에 몰두한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불공정 재판의 배후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 사법 카르텔이 있다”며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정계선·이미선 헌법재판관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문 대행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 시절부터 호형호제한 사이”라며 과거 SNS 글에도 시비를 걸었다. 그는 “(문 대행은) 세월호 음모론에 동조했고, 유엔군의 6·25 참전을 ‘전쟁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라며 비하했다”며 “또 ‘내가 우리법연구회에서도 제일 왼쪽’ ‘재판도 정치도 결정의 시기가 중요하다’며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이 재판관 동생인 이상희 변호사가 민변 산하 윤석열퇴진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 정 재판관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김이수 변호사와 같은 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점 등을 거론하며 “헌법 재판마저 ‘패밀리 비즈니스’로 전락해서야 되겠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겠느냐는 차원에서 봤을 때 (재판관들이) 스스로 회피를 신청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헌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김대식 수석대변인), “헌법재판관이 헌법을 수호해야지 특정 진영의 이념을 지켜선 안 된다”(주진우 의원) 등 공세가 잇따랐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심판의 공정성을 기해 달라고 헌재에 촉구하는 취지”이라며 “소수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헌재의 절반을 차지하는 게 문제는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이런 헌재 흔들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국회가 헌재까지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맞지 않는다”며 “국민들께서 이런 행위에 대해 어떻게 보실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에 불복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반발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국민의힘) 본인들 정당성이 없으니까 메시지는 공격하기 쉽지 않고,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고 있다”며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나오면 대선으로 가지 않느냐. 그런 것에 대한 준비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윤석열 파면을 예감하고 불복의 밑자락을 까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 사법 수준을 연고주의로 환치하려는 퇴행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