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신앙·문화 차원 한미동맹 강조” 민간외교 사절 역 톡톡

입력 2025-01-31 03:01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특별 대담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경험했던 의미 있는 장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2025년 새해 첫 달, 세계인의 시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현장이었던 워싱턴DC로 향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으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으로선 대외적으로도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직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 외교 사절로 초청받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지난 27일 교회에서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2박3일간의 취임식 전 일정에 초청받은 이 목사는 “정치적 편가름을 넘어선 축하의 현장, 질서 의식이 돋보인 범국민의 축제였다”는 소감을 시작으로 의미 있었던 장면들을 최초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주요 인사와의 만남을 소화한 이 목사는 양국의 기독교적 연대가 미칠 영향력을 거듭 확인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관련 행사 초청자들에게 배부된 공식 출입증. 신석현 포토그래퍼

대담=강주화 종교국장

-목회자로서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 일정에 초청받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국이어서 우리 정부도 대표단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실 취임식에 갈 계획이 없었는데 오랜 기간 교제해 온 미국 공화당의 주요 인사로부터 초청을 받았고 세계교회성장대회(CGI)로 인연을 맺은 후원자의 도움도 있었다. 크리스천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의 초청이 이뤄진 셈이다.

현장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온 국민의 축제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곳곳에서 ‘할렐루야’ ‘아멘’으로 반응하는 참석자들을 보면서 교회 부흥회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4박5일을 지내는 동안 시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벽부터 한파를 견디며 5~6시간 입장을 기다린 시민들이 ‘만석’이라는 안내를 듣고도 항의하지 않고 질서 있게 자리를 떠나는 모습도 신선한 감동이었다.”

-방미 일정 중 주요 인사들과 환담하며 한·미 간 상호협력 메시지를 전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 내 주요 인사들은 ‘한국의 혼돈 상태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조속히 잘 마무리될 것이다. 혼란 가운데서도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는 변함없으며,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근본적인 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마이클 플린과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핵심은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것처럼 한국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코리아 퍼스트’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플린은 이를 통해 양국이 단순한 거래관계를 넘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연방하원 직전 법사위원장이자 현 금융위원장인 피트 세션스 의원과의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한국은 부자 나라니까 경제적으로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된 걸 보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일방적으로 한국이 미국에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이 많은 투자를 통해 미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잘돼 있다고 설명했고 세션스도 이를 정확히 이해했다.

플린과 세션스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마가(MAGA)도 핵심은 ‘기독교적 가치관’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선거운동 당시 전국을 돌면서 분위기가 보수적 기독교로 회귀하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방미 일정 중 가진 환담에서 한미동맹이 단순히 군사적 협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신앙적 가치와 문화적 유대를 바탕으로 더욱 깊은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어필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방미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와의 인연이 눈길을 끌었다.

“폴라 화이트 목사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 한국교회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또 한국이 신앙적 유산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화이트 목사는 한국의 상황과 입장을 잘 알고 있는 분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과의 관계, 한미동맹 강화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잘 협력하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오는 4월 1일 뉴욕에서 개최되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지도자 기도회’에 주 강사로 초청했는데 흔쾌히 수락했다.”

-탄핵 정국 속에 한국사회는 물론 한국교회 안에서도 대립이 여전하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와 성도들의 역할은 명확하다. 갈등과 분열을 멈추고 화합과 치유의 길을 여는 것이다. 비난과 정죄가 아닌 이해와 용서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화해와 회복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지도자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갖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공정과 정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정직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다.”

-올해 한국교회는 선교 140주년을 맞는다. 세계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선교 140주년이란 역사적 전환점에서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와 국제사회를 향한 사명을 더욱 깊이 인식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교회의 선교적 활동은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필요를 존중하며 사역하고 계신 선교사들은 사랑과 헌신의 본이 되어 왔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한국교회는 이 지리적 특성을 신앙적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분열을 거듭해 온 과거의 잘못된 모습을 철저히 회개하고 연합과 일치에 힘써 세계 교회와 함께 복음의 빛을 널리 비추는 데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정리=최기영 조승현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