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경고 무시했다가 中에 잠식당한 韓 게임… 다음 타깃은 이커머스·반도체

입력 2025-01-31 02:36

중국 자본이 게임과 인터넷·유통 등 소비재 시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기술력과 브랜드가 더 뛰어난 한국 게임사와 손 잡으면 한류를 등에 업고 중국 내수를 공략하기 쉽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게임사의 경쟁력이 한국을 넘어선 지 오래일 뿐 아니라 국내 시장도 잠식당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30일 “사실상 중국 자본으로 운영하는 한국 게임사가 절반을 넘었고 지식재산권(IP)도 대부분 중국 업체가 가져가는 구조”라며 “중국 기업은 처음에는 단순 지분 투자로 손을 잡은 뒤 한국 기업의 기술과 인력을 빼가면서 경영권을 인수하고 완제품을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업종에선 ‘택갈이’ 수요마저 줄 만큼 중국산 제품 경쟁력이 한국보다 우위를 보이는 시점이 곧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차이나머니가 대거 흘러드는 현상도 전조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 유통사의 중국 주재원 출신 임원은 “2010년쯤 우리 기업은 중국에서 홈쇼핑 고객 유치에 자본을 투입할 때 중국 기업은 홈쇼핑 사업 단계를 과감히 건너뛰고 정보기술(IT) 투자와 물류센터 확충에 열을 올리며 개념조차 모호했던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면서 “무섭게 성장하는 걸 보고 가까운 미래에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우리가 뒤처질 것이라는 내부 결론을 내렸었다”고 뒤돌아봤다.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을 두고도 중국의 C커머스 경쟁력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란 시각이다. 노무라 싱가포르 법인의 소날 바르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수출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되고 그 상품들이 경쟁력을 갖는다면 다른 국가가 대응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재정난 등으로 중국 경기는 침체 분위기지만 중국 민간 기업은 회사마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쌓아두고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이 자금의 한국 유입을 경계해야 할 업종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가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장비 수출 금지 등으로 반도체 굴기가 막힌 중국이 한국 패키징 업체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유학파 자식은 가업 승계를 꺼리고 공격적 투자 대신 현상 유지를 원하는 창업주가 보수적으로 경영하는 한국 패키징 업체가 중국의 주요 타깃”이라며 “중국의 자본력 탄탄한 기업들이 한국을 오가면서 인수·합병(M&A)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