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딥시크 AI 충격… 기술 혁신·정부 지원 반면교사 삼길

입력 2025-01-31 01:30
딥시크 초기 화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에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딥시크는 최근 월등히 낮은 비용으로 미국 오픈AI의 챗GPT에 육박하는 성능의 AI 챗봇을 선보였다.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제작비를 감안하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첨단 칩을 적게 쓰고도 고성능을 구현했다는 소식에 AI 업계에 첨단 그래픽처리장치를 공급해온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오픈AI의 데이터를 도용했다는 의혹이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중국 정부 검열 등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저비용 고성능’ 챗봇 출현은 AI 판도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딥시크 등장은 AI 분야 진입 장벽이 낮아질 수 있고, 한정된 자원으로도 획기적인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 AI 챗봇용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은 빅테크들이 주도해 왔고, 대량의 첨단 칩이 활용되면서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딥시크는 이번 개발에 불과 80억원 정도만 썼다. 적은 컴퓨팅 파워로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실험적 기법을 적용한 덕이라고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 칩 수출 통제의 벽을 혁신으로 극복한 것이다. 아울러 개발 인력이 빅테크 대비 10분의 1 수준이지만 중국 국내파 연구자들이 창의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간 국내를 비롯한 다른 나라 AI 업체들이 비용과 인력 확보 측면에서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한계가 있었는데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대목이다.

딥시크의 성공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BBC에 따르면 중국은 그간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AI 등에 막대한 배후 투자를 해 왔다. 개발 인력에는 연구보조금을 주고 산학협력도 적극 장려해 왔다. AI 기술을 연구하는 국가공정실험실과 각종 국가 지원 프로그램도 전문가 양성에 도움이 됐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나 정치권의 역할은 많이 아쉽다. 글로벌 기술 경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 수립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있어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아서다. 또 전 세계가 ‘칩(chip) 전쟁’ 중인데, 산업계 지원을 위한 반도체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등은 국회에서 마냥 잠자고 있다. 기술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회가 더 늦기 전에 바짝 행동에 나서야 한다. 또 딥시크로 인해 미·중 통상 전쟁이 격화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AI 생태계 확대로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향후 여파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