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맞은 성도들이 기도의 자리에서 자신과 공동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경기도 남양주 천보산민족기도원(원장 우정재 권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입장 차량이 줄을 이었다. 오전 집회 한 시간 전부터 성도들이 모여 손을 들고 기도하거나 조용히 묵상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기도에 임했다.
1994년 설립된 천보산민족기도원은 서울 근교의 대표적 기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우정재 원장은 “우리 기도원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곳”이라며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방문자가 80%가량 회복됐다”고 말했다. 매일 세 차례 집회가 열리며 하루 평균 500명이 찾는다. 국민일보가 방문한 이날 오전 집회에도 200여명이 예배당에 모였다. 기도원은 최근 청소년과 3040세대를 위한 집회도 마련했다. 우 원장은 “기도의 영성이 나이 든 성도들에게만 머물러선 안 된다”며 “다음세대를 위한 기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휴 동안 기도원을 찾은 성도들의 이유도 다양했다. 27일부터 기도원에 머물고 있다는 이미나(가명)씨는 “예전엔 명절마다 친정에 갔지만 올해는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나라를 위해 기도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박태연(가명)씨는 “기도원에서는 하나님과 독대하며 나와 공동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충분한 기도를 할 수 있어 좋다”며 “기도원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20년째 천보산민족기도원을 찾고 있다는 박진주 명성교회 권사는 “새해 목표가 많으나 무엇보다 하나님과 깊은 교제가 우선”이라며 “친척을 방문한 뒤 곧바로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박 권사는 “구약성경 속 요셉처럼 고난 속에서도 형통할 수 있는 믿음을 구하고 있다”며 “먼저 성령의 은혜를 경험하고 이를 주변에 흘려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기도원에서도 기도의 불길이 이어졌다.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은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구정축복대성회를 연다. 이곳에서는 성묘객을 위한 설날 추모예배도 진행한다. 경기도 가평 강남금식기도원에서는 신년 축복금식성회가 31일까지 이어진다. 전남 나주 성좌산기도원은 27~30일 설 명절 특별성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총회 임원들이 강사로 나섰다.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도 같은 기간 청년대학 연합 동계성회와 설날 축복 대성회를 열었다. 서울 서대문구 요나3일영성원에서도 3일 비상기도가 이어졌다.
이상규 백석대 석좌교수는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1980년대와 비교하면 신앙의 간절함이 줄었고 많은 기도원이 문을 닫았다”며 “기도문화 회복을 위한 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에서 찬양을 강조하는 만큼이나 기도에도 동일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기도는 신앙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주=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