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지역에서 양측 간 화물 교역량이 확연히 급감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북·중 간 이상기류가 양국 무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러 밀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중 관계는 당분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30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단둥을 오가는 화물 교역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물열차의 편성량과 운행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통화에서 “북·중 간 교역량이 급속히 줄어들었다”며 “보통 15~20량짜리 열차가 북한에서 나오는데 지금은 10량 이하만 보이고, 1량짜리 기차를 끌고 나온 경우도 목격됐다”고 말했다. 최근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했던 다른 대북 소식통도 “북·중 간 교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하루 15량 이상 열차가 이동해야 하는데 (그런 열차가)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열차 운행횟수는 코로나 유행 이전의 3분의 1 수준이며 화물트럭도 거의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실정은 무역지표로도 확인된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양측 무역액은 2023년(22억9473만 달러)보다 5%가량 떨어진 21억8003만 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북·중 무역액은 27억8903만 달러, 대북제재 강화 이전인 2015년에는 49억1596만 달러에 달했다.
인적교류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한 소식통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인의 일일 관광은 지금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관광교류가 없으니 인적교류도 당연히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중 간 냉기류는 최근 더 싸늘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지난해를 ‘조·중(북·중) 친선의 해’로 선정했지만 별다른 행사 없이 해를 넘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은 이례적으로 다른 국가와 함께 병렬식으로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비자가 만료된 북한 노동자를 적발하고 돌려보내기 위한 ‘북송사무소’를 설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북·러 밀착에 대한 중국의 불만·불쾌감 표출로 보는 분석도 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북한이 대놓고 러시아와 접촉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불만을 느꼈을 것”이라며 “최악의 수준은 아니지만 북·중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는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파병 등을 고리로 러시아와 더욱 밀착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북·중 이상기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지금 돌아서면 진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북·중이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겠지만 관계 악화 상황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관계기관의 협조 등을 통해 중·북 간 교역 및 접경지역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