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한 달 만에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가 발생하면서 저비용 항공사(LCC)의 안전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해 인명 피해가 경상 3명에 그친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179명이 희생된 제주항공 참사 30일 만에 발생한 항공기 사고라는 점에서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둘 다 LCC가 운영하는 항공기라 LCC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이 뒤따라야 하겠다.
LCC는 2005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고 있다. 2019년 3곳이 신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한꺼번에 받으면서 현재 운항 중인 LCC는 모두 9곳이다. 국토 면적이 한국의 98배인 미국과 함께 세계 1위다. 일본은 8곳, 독일은 5곳, 프랑스는 1곳에 불과하다. 이 같은 난립은 경제 논리보다 지역 정치 논리가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LCC는 외형 확장에는 열을 올렸지만 안전 문제엔 소홀했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7명과 16명인 데 비해 LCC들은 11명 이하다. 이에 비해 운항 횟수는 지나치게 많다. 에어부산의 HL7763 항공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총 17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 7C2216편도 참사 직전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 태국 방콕 등을 오가며 모두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항공기 1대당 월평균 운항 시간이 418시간으로 대한항공의 355시간과 아시아나항공의 335시간보다 훨씬 길다. 정비 소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LCC는 항공기 가동률을 즉각 낮추고 정비 시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정비사와 정비 설비 등을 확충할 청사진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LCC 난립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겠다. LCC 운영과 안전 관리 실태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을 따지느라 정비 등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를 중점적으로 짚어봐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안전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면허 취소라는 강수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LCC가 지역주민과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따져보기 바란다. 국민의 우려가 불식될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