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걱정에 金 여사 건강 염려까지… 지지여론 노린 尹 ‘설날’ 옥중 메시지

입력 2025-01-30 18:44
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 소속 원외당협위원장 20여명이 설 당일인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에게 원외위원장 80명이 함께 쓴 새해 편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상규 당협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서울구치소에서 설 명절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민생과 김건희 여사 건강을 각각 염려하는 옥중 메시지를 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두 차례 출석한 윤 대통령은 곧 시작될 형사재판에서도 직접 법정에 나간다는 방침이다. 법정에서의 비상계엄 정당성 강변, 옥중에서의 국가 앞날 걱정 등 지지 여론 강화를 위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 정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 측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형사재판 출석은 검토할 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이 적용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부인함은 물론 수사 전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만큼 피고인인 윤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가 비상계엄 선포 전후 사정을 설명할 것이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서도 “이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피청구인인 대통령 저 자신”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그간 헌재 대심판정에 직접 나와 신문에 응한 점이 재판 전략은 물론 여론 규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애초 여론이 비난 일색이었다면 이제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택한 배경을 조금씩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자평이다. 여권 관계자는 “계엄 직후에는 설 곳이 없던 생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이 없던 설 연휴에 변호인단과의 접견을 계기로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8일 접견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유혈사태나 인명 사고가 없었다며 “모든 게 헌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석 변호사를 통해 “계엄은 오래 끌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석 변호사는 명절을 구치소에서 보낸 윤 대통령이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고도 전했다. 윤 대통령이 본인의 고초는 언급하지 않은 반면 나라의 앞날, 국민 추위와 생계, 청년 좌절을 더욱 우려했다고 석 변호사는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건강을 걱정하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지지 및 동정 여론을 위한 메시지 정치는 법정과 옥중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수처와 달리 별도의 접견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고, 여권 인사들의 구치소 방문을 통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 표출은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전현직 참모들도 윤 대통령 접견 시기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