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권력자와 모나리자

입력 2025-01-31 00:40

16세기 초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는 예술과 학문을 적극 후원해 프랑스를 르네상스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그의 최대 관심은 당대 유럽 최고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쏠렸다. 1516년 67세로 말년기에 접어든 다빈치를 초청해 혼자 기거할 수 있는 궁을 따로 내줄 정도로 후한 대접을 했다. 다빈치는 3년 뒤 생을 마감하면서 왕에게 여러 걸작들을 남겨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프랑스 예술의 아이콘이 된 모나리자였다. 왕실에 소장돼 오던 모나리자는 1794년 프랑스 혁명 이후 궁전에서 미술관으로 개조한 루브르에 전시됐다. 이 작품이 ‘세계 최고의 걸작’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건 1911년 이탈리아 애국주의자 빈첸초 페루자가 루브르에서 작품을 훔쳐갔다가 2년 후 회수된 사건 덕분이다.

오늘날 루브르 전체에 30만점의 미술 작품이 소장돼 있지만, 연간 900만여명의 방문객 중 80%의 관람 목적이 모나리자 하나를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엊그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루브르의 확장 및 개보수 계획을 발표했는데 사실상 모나리자를 위한 새로운 독립 전시 공간 마련이 주목적이다. 모나리자 전시실로 가는 유리 피라미드 입구가 너무 혼잡하다는 게 이유다. 5년 전 불에 탄 노트르담 성당을 재건해 정치력을 과시해 왔던 마크롱이 최근 재정관리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자 루브르를 돌파용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마크롱의 루브르 재건 행보는 구한말 흥선 대원군과 닮았다. 대원군도 추락한 조선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되찾기 위해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경복궁 재건에 나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다른 점이 있다면 비용 충당 방식이다. 대원군은 당백전이라는 새로운 화폐를 발행했으나 극심한 물가고에 시달려 역효과를 냈다. 반면 마크롱은 4억 유로(6000억원) 정도의 개보수 비용 대부분을 비유럽 관광객 입장권 가격(22유로, 3만3000원)을 올려 충당하기로 했다. 남의 나라 작품을 미끼로 한 이런 봉이 김선달식 배짱 장사는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궁금하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