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PC방은 30일에도 썰렁했다. 설날이면 세뱃돈을 들고 달려온 꼬마들로 가득하던 곳이 이제는 컴퓨터가 켜진 자리가 드문 처지다. 문 닫을 걱정을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PC방을 운영했던 A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는 “한때는 월 1000만원도 벌었는데, 접고 보니 본전이었다”며 “다시는 PC방 쪽을 쳐다보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개업 당시엔 대박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이 동시에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150대 규모의 대형 PC방을 열자 고성능 컴퓨터로 함께 게임을 하려는 이들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한 달 순수익만 1000만원을 넘었다. 그래픽카드 같은 부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인건비, 전기세 등 유지비가 부담스러워질 때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 침체의 한파가 함께 찾아왔다. 매달 수백만원의 적자가 이어지자 결국 5년 만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PC방은 고성능 컴퓨터와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춘 첨단 시설이었다.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떠오르면서 대학가마다 PC방이 들어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1년 전국의 PC방은 2만3548곳이었다.
PC방은 게임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1990년대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사이버상 대결하는 e스포츠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태동한 원동력이었다. 서울 강남구 한 대형 PC방에서 만난 김준수(33)씨는 “그때는 학교를 마치자마자 PC방으로 뛰어갔다”며 “자리가 없으면 뒤에서 게임을 구경만 해도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PC방의 침체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시작됐다. 주기적으로 컴퓨터를 교체해야 하는 데다 임대료가 치솟는 상황에서 게임 이용자들도 떠나갔다. 저출산 여파로 주 이용객인 10, 20대 인구가 감소한 영향도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고위험 시설로 지정된 것은 결정타였다.
2022년 전국 PC방 수는 전성기의 3분의 1인 8485개로 줄었다. 그나마도 빈자리가 많다. 온라인 통계 사이트 게임트릭스가 집계한 PC방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19.5%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18.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게임 패턴이 바뀌면서 PC방 고유의 메리트가 사라졌다”며 “이젠 가족 단위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나 e스포츠 중계 시설을 갖춘 지역 거점 구장으로의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다니엘 김지윤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