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구속은 물론 기소 역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54일 만에 피고인 신분이 됐다. 검찰은 앞서 두 차례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연 끝에 결국 구속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대면조사를 한 차례도 못한 상태에서 현직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사건을 송부받은 지 3일 만인 이날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 검찰은 “특수본이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기소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기소하며 확보한 증거와 진술 등을 재판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회 봉쇄와 의결 방해, 주요 인사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선관위 점거·서버 반출 및 주요 직원 체포 시도 등을 지시하고 관여한 정황이 담겨 있다.
재판에선 윤 대통령의 ‘국헌 문란 목적’을 두고 검찰과 윤 대통령 측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해온 공수처 수사 적법성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탄핵심판도 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측이 헌재 출석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구하거나 불출석하면 재판이 공전될 수도 있다.
대면조사 없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해야 하는 부담을 검찰이 지게 된 데에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던 공수처법이 부실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개시 권한,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사안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구속 기간 연장 불허 과정에서 법원이 적시하진 않았지만 공수처법을 둘러싼 논란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향후 재판 진행 상황과 관계없이 공수처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다른 비상계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고 이들을 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을 공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직접 조사를 하지 못해 윤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서는 남기지 못했지만 그런 이유로 공소 유지에 허점이 생겨서는 안 된다. 아울러 공수처법 설계 및 통과를 주도했던 민주당은 정치 논리에 따라 급조된 법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반성하고 법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