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기소… 공소 유지에 최선 다해야

입력 2025-01-27 01:2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구속은 물론 기소 역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54일 만에 피고인 신분이 됐다. 검찰은 앞서 두 차례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연 끝에 결국 구속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대면조사를 한 차례도 못한 상태에서 현직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사건을 송부받은 지 3일 만인 이날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 검찰은 “특수본이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기소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기소하며 확보한 증거와 진술 등을 재판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과정에서 국회 봉쇄와 의결 방해, 주요 인사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선관위 점거·서버 반출 및 주요 직원 체포 시도 등을 지시하고 관여한 정황이 담겨 있다.

재판에선 윤 대통령의 ‘국헌 문란 목적’을 두고 검찰과 윤 대통령 측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해온 공수처 수사 적법성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탄핵심판도 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측이 헌재 출석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구하거나 불출석하면 재판이 공전될 수도 있다.

대면조사 없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해야 하는 부담을 검찰이 지게 된 데에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던 공수처법이 부실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개시 권한,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사안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구속 기간 연장 불허 과정에서 법원이 적시하진 않았지만 공수처법을 둘러싼 논란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향후 재판 진행 상황과 관계없이 공수처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다른 비상계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고 이들을 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을 공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직접 조사를 하지 못해 윤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서는 남기지 못했지만 그런 이유로 공소 유지에 허점이 생겨서는 안 된다. 아울러 공수처법 설계 및 통과를 주도했던 민주당은 정치 논리에 따라 급조된 법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반성하고 법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