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랬더라면… 내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실수에서 배우는 긍정의 심리 기술

입력 2025-01-31 02:05

살면서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옥스퍼드 언어 사전에 따르면 '후회(regret)'는 '어떤 사건 또는 자신이 했거나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슬픔, 뉘우침, 실망의 감정'이다. 과거의 실수나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정상적인 감정이다. 후회에는 양면성이 있다. 후회에 매몰돼 인생을 망칠 수도 있고, 후회를 통해 배움을 얻고 인생을 진전시킬 수도 있다. 후회를 피할 수는 없지만 후회를 대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책은 후회를 최소화하고, 잘 대처하고, 생산적으로 만드는 도구들로 가득하다. 심리학자이자 임상 심리 전문가인 저자는 매일, 단 몇 분이라도 활용한다면 이 도구들은 우리 인생이 '만약에'라는 덫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후회는 유용하다, 생산적일 때만

먼저 후회가 왜 필요한지부터 보자. 후회는 유용했다. 그 때문에 ‘진화’했다. 훨씬 더 강한 상대와 싸움에서 패배할 것을 예상한 조상들은 공격을 피해 살아남았고 유전자를 전달할 가능성을 높였다. 미래를 위해 식량을 저장하지 않았던 조상들은 극심한 굶주림을 경험했을 것이고 운 좋게 살아남았다면 그때의 후회를 기반으로 다른 날을 위해 식량을 비축했을 것이다. 후회를 예상하는 능력은 오늘날에도 우리 유전자의 생존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후회는 곧 ‘생존전략’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후회는 ‘자기 조절’에 도움이 된다. 후회는 결과를 상상하고 최선의 대안이 무엇인지 평가하게 하면서 행동을 통제하도록 돕는다. 밤에 좋지 않은 음식을 과하게 먹고 싶을 때, 다음 날의 후회를 미리 생각한다면 그런 음식을 먹는 결정을 통제할 수 있다. 후회를 느끼지 못한다면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후회를 제거하기보다는 후회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자기 교정으로 나아가는 후회를 ‘생산적 후회’라고 부른다. 반면 비생산적 후회는 고칠 수 없는 일, 되돌릴 수 없는 일에 계속 집중한다. 부정적인 일을 계속 곱씹고, 자기비판에 집중한다. 실수에 얽매이게 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후회하는 능력에 결함이 생기면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실수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약물과 술을 남용하거나, 늘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사람들은 후회를 예상할 수 있는 능력을 사용하지 못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후회는 거부해도 안 되고 후회가 지나쳐도 안 된다.

후회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과도한 후회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우리의 지식과 통제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또 어떤 일을 후회할 때 그 일이 아주 중요하고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원치 않는 결과를 받아들고 원했던 결과를 필수라고 생각하는 ‘필수주의’는 후회를 더 강하게 만든다. 대학 때 술을 과하게 먹고 놀다가 다음날 시험을 망쳤다고 가정해 보자. 그 시험 하나가 대학뿐만 아니라 남은 인생에서 성공하는 데 극히 중요하고 다른 어떤 것도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불안해하고 우울해져서는 안 된다. 저자는 “시험은 또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극대화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후회에 후회를 가중시킨다. 결과에 대한 일종의 완벽주의를 가진 극대화주의자는 최대의 결과, 최고 중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얻으려고 하고 그에 못 미치는 것에서는 만족하지 않는다. 적게 가진 사람들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고 더 나은 선택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후회가 많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우유부단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만족주의자’는 세상에는 확실한 것은 없다고 인정하고, 완벽한 결과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며, 만족할 만한 절충점을 찾는다. 결과가 나온 뒤에는 더 나은 결과를 상상하며 끊임없이 비교하지 않는다. 저자는 “현실을 살려면 타협하며 완벽하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한다”면서 “도리어 완벽에 못 미치는 것이 최선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한 경험한 모든 부정적인 것을 곱씹고 모든 긍정적인 것은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곡된 자기 패배적인 생각이다. 굳이 왜 부정적인 것만 생각하고 긍정적인 일은 무시해야 할까. 저자는 암 진단과 같은 건강과 관련해 심각한 공포를 겪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그들의 마음을 채운 건 후회가 아니라 감사였다고 말한다. 그는 “감사는 살아 있다는 것, 누군가와 가깝다는 느낌, 지금 당장 살 수 있다는 것 등 아주 단순한 것을 향한다”면서 “충만한 삶을 살려면 후회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인생은 짧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감정이 항상 긍정적이고 합리적이고 타당해야 한다’고 믿는 ‘감정 완벽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감정 완벽주의자는 “나는 절대 슬픔, 외로움, 분노, 무력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후회가 없기를 원하고 후회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후회에 직면하면 화를 낸다. 품어서는 안 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후회가 얼마나 큰지 곱씹고, 실망을 받아들이고 가능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탓한다.

사건이 발생한 후 그 사건의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후 확증 편향’의 사람은 ‘잘 안 된다고 미리 알았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후회와 자기비판에 빠져든다. 저자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또는 생각하는 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기를 비판하는 대신 자신을 수용하고, 어떻게 고칠지 생각하고 자기 연민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살자

후회 앞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자책할 수도, 스스로 고쳐나갈 수도 있다. 생산적 후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이상화하면서 현재와 미래에 가능한 다른 모든 것을 평가절하하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고 계속 마음속에 되뇌어서는 안된다.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현재의 삶을 살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과거에 대한 선택권은 없지만 미래에 대한 선택권은 있다. 미래는 바로 지금부터”라고 말한다.

저자는 죽음을 앞두었을 때 삶을 되돌아보면서 무엇을 떠올릴지 묻고 “일상적인 것, 평범한 것,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종종 간과되는 소박한 것은 아닐까”라고 답한다. 저자는 ‘후회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한다. “후회의 목소리를 듣고, 후회가 무엇인가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고, 그 뒤에는 놓아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후회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후회에 매달리느냐 마느냐는 결국 우리 몫이다.

⊙ 세·줄·평★ ★ ★
·후회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후회를 듣고 배운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보이곤 하는데, 문제가 원문인지 번역인지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