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격적인 태도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덴마크는 겁에 질린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그린란드에 유럽연합(EU) 병력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프레데릭센 총리 간 통화는 그린란드 문제로 인해 상당히 부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프레데릭센은 그린란드를 팔 수 없다면서 군사기지나 광물 채굴 등에 관한 더 많은 협력을 제안했지만, 트럼프는 이에 대해 ‘공격적이고 대립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특히 덴마크에 대한 관세 부과를 거론하며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유럽 관리들은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협상의 일환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통화를 통해 트럼프가 그린란드 확보에 상당히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통화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한 유럽 고위 관료는 “트럼프는 매우 단호했다. 찬물 샤워를 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이전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잠재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덴마크인들은 완전히 겁먹은 상태”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25일 에어포스원 기내에서도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린란드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팔지 않는다면 매우 비우호적인 행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EU에선 그린란드에 병력을 주둔시켜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로베르트 브리거 EU 군사위원장은 독일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그린란드에 미군뿐 아니라 EU 병력도 주둔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