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양쪽 엔진서 가창오리의 깃털·혈흔 발견

입력 2025-01-26 18:13
지난 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양쪽 엔진에서 겨울철새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 기록은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과 충돌 직전 무안공항 관제탑에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 경고를 받은 뒤 1분 만에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따르면 사조위는 지난 25일 무안공항에서 참사 유가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사고조사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밝혔다.

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54분43초에 활주로 접근을 위해 공항 관제탑과 최초로 교신했다. 관제탑은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 반대 방향인 01번 활주로로 착륙을 허가했다. 약 3분 뒤인 오전 8시57분50초 관제탑은 사고 여객기에 조류활동주의 정보를 발부했다. 오전 8시58분11초 조종사들은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했다.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의 기록은 오전 8시58분50초 동시에 중단됐다. 당시 사고 여객기의 속도는 161노트(시속 약 198㎞), 고도는 498피트(약 152m)였다. 이후 오전 8시58분56초 항공기 복행을 시도한 조종사는 관제탑에 비상선언(‘메이데이’)을 외쳤다. 블랙박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사조위가 관제 기록 등을 통해 추정한 시간이다.

사고 여객기는 이후 약 4분간 활주로 왼쪽 상공을 비행하다가 처음 착륙을 시도했던 활주로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착륙하기 위해 우측으로 선회했다. 이어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했고, 오전 9시2분57초 활주로 넘어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사조위는 공항 CCTV 영상에서 항공기가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쪽 엔진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도 발견했다. 가창오리는 떼로 날아다니는 군집성이 강한 겨울철새다. 다만 사조위는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 포함 여부를 알 수 없어 엔진 제작국인 프랑스의 조사 당국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과 지난 14일부터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조위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예비보고서를 작성해 참사 발생 30일째인 오는 27일까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프랑스 태국 등 관계국에 보낼 계획이다. 최종 조사 결론은 2년 안에 내린다는 목표다. 사조위는 “블랙박스 및 관제 교신 기록 동기화 작업 등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