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대화 제안에 미사일로 대응 ‘기싸움’

입력 2025-01-27 00:00
조선중앙통신이 26일 공개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전날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쟁 억제 수단들이 철저히 완비돼 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재개 메시지를 미사일 도발로 받아친 것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떠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해상(수중)대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통신은 “발사된 전략 순항미사일들은 7507∼7511초간 1500㎞의 비행구간을 타원 및 8자형 궤도를 따라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에 직접 참관한 뒤 “전쟁 억제 수단들이 더욱 철저히 완비돼 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해상대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있다. 불화살-3-31은 100㎞ 정도의 저고도로 불규칙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전술핵탄두 ‘화산-31’ 탑재가 가능하고, 사거리도 1500~2000㎞에 달한다. 잠수함 발사가 가능해지면 유사시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어서 위협적이다. 북한은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주장하는 김군옥영웅함에서 수직발사관(VLS)을 통해 발사하기 위해 거듭 실험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이 전날 오후 4시쯤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발을 발사한 것을 추적·감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군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인지해 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무기체계 실험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김 위원장과 친분을 언급했고, 지난 23일(현지시간)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화 재개 시그널도 직접 보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이 트럼프 신행정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의지와 협상 카드를 확인하기까지 여러 수준의 복합 도발을 단행하며 몸값을 올리고, 협상 참여에는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도발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순항미사일로 진행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동시에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지난 21~24일 진행된 한·미 공군 쌍매훈련 등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냈다. 담화는 “미국이 주권과 안전 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미국과는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것만이 미국을 상대하는 데서 최상의 선택이다”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