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예년보다 길어진 설 연휴, 더 외로운 이들이 있다. 해외로 파송된 선교사의 가족, 가족을 두고 떠나와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과 유학생, 한부모가정의 아이들, 홀로 사는 노인 등이다. 한국교회 곳곳에서 이들을 찾아가 만나고 사랑을 전하는 섬김을 실천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세계 각국에서 사역 중인 파송 선교사 부모님을 찾아가 명절 인사를 드리는 ‘해피 미셔너리 패런츠(Happy Missionary Parents)’ 사역을 진행한다. 명절을 맞아 전국 각지의 고향을 방문하는 성도가 해당 지역에서 생활하는 선교사 부모를 찾아가 안부를 전하고 영적 가족으로서의 교제를 나누는 것이다. 선교국장 고일국 목사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외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로부터 기도 제목을 전해 들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건강과 안부였다”며 “명절마다 귀국해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성도들이 ‘일일 가족’이 돼 드리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에는 성도들이 광주 서천 당진 울산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생활하는 24명의 선교사 부모님을 찾아가 교회에서 준비한 건강식품과 개인적으로 마련한 선물을 전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성도들은 매년 명절마다 ‘사랑 배달부’로 변신한다. 27일 교회 분수대 광장에 모여 성도들이 손수 빚은 만두를 넣은 ‘떡만둣국 밀키트’를 라이더가 돼 설날 선물과 함께 직접 배달하는 것이다. 지역 내 독거 어르신과 장애인, 탈북민, 다문화가정, 자립준비청년, 한부모가정 등이 대상이다. 이규현 목사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은 ‘행동하고 움직이는 사랑’”이라며 “‘수영로 라이더’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낮고 소외된 곳으로 전달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타국에서 생활하며 가족과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사랑 나눔도 활발하다. 경기도 용인 더열방교회(이승환 목사)는 주일인 이날 오후 특별한 설맞이 예배를 마련했다. 교회 인근 공장과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가족이 되어 따뜻한 한 끼를 나누며 온기를 전하는 예배다. 성도들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만두를 빚고 떡국을 만들어 먹고, 식사 후엔 윷놀이도 했다. 이승환 목사는 “가족과 떨어져 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명절마다 외국인들에게 음식을 나누며 교제하고 있다”며 “휴일에도 일하는 외국인이 적지 않아 저녁 예배를 따로 드리게 됐다”고 전했다.
온누리M미션(김태완 목사)은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이주민 설 집회를 진행한다. 김포 남양주 화성 평택 등 경기 지역 내 M센터에서 네팔 스리랑카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국가별 예배를 드리고 교제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예배공동체를 담당한 임현주 선교사는 “이주민이 특히 외로울 수 있는 이 기간에 교회가 위로와 쉼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로벌엘림재단의 엘림다문화센터는 다음 달 1일 서울대 가온홀과 체육관에서 외국인 유학생 200여명을 초청해 설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국악과 부채춤, 난타 공연을 하며 학생 식당에서 함께 식사한다.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복주머니나 인절미 만들기, 제기차기 등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글로벌엘림재단 상임이사인 김영석 목사는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기영 신은정 조승현 김동규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