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처음 마주한 현대자동차 신형 팰리세이드는 한눈에 봐도 덩치가 컸다. 2018년 처음 출시됐을 때 ‘한 덩치 하는 자동차’로 주목을 받았었는데 올해 완전 변경한 2세대 팰리세이드는 기존 모델보다도 전장(차의 길이) 65㎜, 전고(차의 높이) 15㎜ 더 커졌다. 이 차를 몰고 시승행사의 시작점인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를 빠져나왔다. 작은 차에 익숙한 운전자는 이 차로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구간이 부담스럽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팰리세이드를 타고 인천 덕교동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120㎞를 주행했다.
건물을 빠져나오자 바로 앞에 다른 시승자가 운전하는 팰리세이드가 있었다. 뒤에서 보니 차의 폭이 차선을 거의 채울 정도로 풍채가 컸다. 21인치짜리 타이어가 이 우람한 덩치를 받치고 있었다. 내 뒤에 따라오는 팰리세이드의 정면 모습을 보려고 백미러를 봤더니 거울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화면이었다. 카메라가 찍는 후방 상황이 표시됐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 거리감을 바로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금방 적응했다.
차량이 거의 없는 고속도로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살짝만 밟아도 강력한 출력이 느껴졌다. 이날 시승한 2.5 터보 가솔린 모델은 최고 출력 281마력, 최대 토크 43.0㎏f·m의 성능을 갖췄다. 팰리세이드의 주행성능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롯데 이대호(키 193㎝, 몸무게 130㎏의 전 야구선수) 같은 몸집을 하고도 삼성 박해민(2015~2018년 KBO리그 도루왕)처럼 가볍고 잽싸게 움직였다. 속도가 시속 130㎞를 넘어서자 시트가 조여지면서 등을 꽉 잡아줬다. 코너를 돌 때도 차가 반대편으로 거의 쏠리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 구동계, 차체 바닥의 부품 등을 낮게 배치해 무게 중심을 끌어내린 저상화 설계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인천은 100m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영종도로 진입하는 다리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안개발생 감속운행’이라는 경고음이 반복해서 나왔다. 시속 50㎞ 아래로 속도를 늦췄다. 차로 유지 보조 버튼을 누르고 운전대(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뗐다. 자동차가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면 운전대가 부르르 떨며 타이어를 차선 안쪽으로 갖다 놓았다. 10초 정도가 지나자 계기판에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 문구가 운전대 그림과 함께 표시됐다. 계속 버텼다. 15초 정도가 더 지나자 운전대 그림이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띠링띠링’ 경고음이 울렸다.
손가락으로 디스플레이를 오른쪽으로 쓸어 넘기니 폰프로젝션, 시네마, 엔터테인먼트, 게임, 음성메모, 빌트인캠, 발레 모드 등 다양한 기능이 담겨있었다. ‘하이패스’를 클릭하니 이날 고속도로를 통과할 때 자동 결제된 하이패스 금액 내역이 적혀 있었다. ‘세차모드’에 들어가면 와이퍼 자동 작동 중지, 선루프 닫힘, 전 좌석 창문 닫힘 등 세차장 직원이 요청할 법한 것들을 버튼 하나로 수행할 수 있다. 운전 중에 시선을 뺏길 수 있으니 반드시 출발 전이나 정차했을 때 작동시켜야 한다.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에 있는 센터 콘솔 끝부분이 위로 솟구쳐 있었다. 현대차 디자이너가 의도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디자인 덕에 핸드폰을 세워서 거치할 수 있었다. 운전석에서 고개를 많이 돌리지 않고 휴대폰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보스 스피커 14개가 차량 곳곳에 탑재돼 있다. 뒷좌석 창문에는 햇빛가리개를 달았다. 2열 자리엔 팔걸이 부분에 시트를 뒤로 제칠 수 있는 버튼을 넣었다.
반환점을 지나 목적지로 돌아갈 때는 편안하게 주행했는데 갑자기 시트가 등을 조였다. 부지불식간에 시속이 130㎞까지 올라 있었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가속이 붙었다.
현대차는 신형 팰리세이드 라인업에 모터가 2개 달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1.65㎾h 300V급 고전압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시스템 최고 출력 334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기름을 가득 채우면 한 번에 1000㎞ 넘게 이동할 수 있다. 다양한 주행 특화 기술을 적용했다. ‘E-라이드’는 가·감속할 때나 과속방지턱을 넘는 상황 등에서 발생하는 들림 현상을 억제한다. ‘E-핸들링’을 통해 곡선 도로를 달릴 때 무게 중심을 바꿔 조향 응답성과 선회 안정성을 높였다. ‘E-EHA’는 위험 상황에서 급하게 운전대를 돌렸을 때 회피 성능을 극대화해 준다. 실내 V2L(배터리를 외부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스테이 모드 기능을 추가로 넣었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주문이 3만3000대 이상 몰렸다. 가격은 2.5 터보 가솔린 모델이 9인승 4383만원, 7인승 4447만원부터 시작한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9인승 4982만원(친환경차 세제혜택 미적용), 7인승 5068만원부터 시작한다. 현대차는 가솔린 모델을 우선 출시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인증 절차 등을 거쳐 2분기 중에 출고를 시작할 계획이다.
글·사진=인천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