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상을 바꿀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지만 당장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S24 시리즈가 ‘최초의 AI폰’을 천명하며 등장했을 때도 반신반의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뀔 때만큼의 놀라운 경험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다수가 입을 모은다. 파괴적 혁신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2세대 AI폰’인 갤럭시 S25를 세상에 내놓은 삼성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만난 김정현 삼성전자 MX사업부 CX실장(부사장)은 스마트폰에서 AI폰으로 변화하는 시대가 왔다고 확신했다. 김 부사장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때 기술에 대한 퀀텀 점프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변화는 먼 미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른 시일 내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AI가 사용자 일상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경영연구소와 지난해부터 사용자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는 한국, 미국 등 10개국을 대상으로 했으며 AI가 생산성, 창의성, 커뮤니케이션, 건강을 비롯한 일상 속 여러 경험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AI를 자주 사용한다고 답변한 비중은 지난해 7월 16%에서 올해 1월 27%로 증가했다. 하지만 AI가 내 삶에 유용하다고 답한 비중은 44%로 절반에 못 미쳤다. 사용하기 어려워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란 답변은 85%에 달했다. 응답자 중 56%는 일상에 AI를 도입하는 데 거리감을 느끼는 주요 원인으로 ‘나의 일상에 딱 필요한 AI 기능이 부재해서’를 꼽았다.
삼성이 생각하는 AI폰의 시대는 AI 비서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보고 듣는 다양한 유형의 정보(멀티모달)를 기기와 상호 작용하는 것이다. 갤럭시 S25에서 전원 버튼을 눌러 제미나이를 호출하고, 간단한 말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하며, 명령하지 않아도 사용자 맞춤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들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 앱과 터치 방식이 아닌 주로 AI와의 대화를 통해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사용자가 필요한 앱을 찾아 작동하기보다 쉬운 인터페이스로 앱을 열지 않아도 여러 기능을 쓰는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AI폰으로의) 변화의 선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너제이=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