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치열한 경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서로를 향한 공감과 배려는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개인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문화가 만연한 현실 속에서 삶의 중심을 잡아줄 가치와 방향성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이를 찾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레베카 맥클러플린은 2000여년 전 사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성찰하며 혜안을 탐구한다. 맥클러플린은 전작 ‘기독교가 직면한 12가지 질문’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세상의 의문과 도전을 심도 있게 다루며 믿음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 연장선에서 사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 모습을 들여다본 ‘다시 만난 예수’는 개인적인 삶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전작이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 책은 예수가 보여준 삶과 가르침이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어떤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예수, 9가지 캐릭터로 만나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는 정의와 공의를 외치는 예언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약자들을 돌보는 따뜻한 목자였다. 저자는 예수가 보여준 모습을 9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옴니버스영화(독립된 에피소드를 한 데 묶은 형태의 영화)처럼 구현한다. 이를 통해 각 캐릭터의 특성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정의의 옹호자’로서의 예수는 불공정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오늘날 직면한 사회적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수는 단순히 비판을 넘어 사랑으로 실천하는 정의를 보여준다. 또 다른 모습인 ‘고난의 동반자’는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에게 예수는 함께 아파하며 위로를 주는 존재로 나타난다.
작품 속에서 발견하는 예수
‘다시 만난 예수’는 단순히 신학적 해석이나 이론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헝거 게임 등 현대 문학과 영화 속 장면들을 인용해 예수를 더욱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여 악을 물리치는 장면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이루신 희생을 떠올리게 하는 식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지닌 무거운 짐은, 예수가 인류의 죄를 짊어진 모습과 겹쳐 보인다.
맥클러플린은 이런 대중문화 속 이야기가 성경의 핵심 메시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성경적 가치를 새로운 시각에서 받아들이도록 격려한다. 특히 그가 인용한 작품들은 모두 자기희생과 사랑, 진리 추구라는 공통된 주제를 품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수의 메시지가 시간과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 진리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예수가 제자들에게 물었던 질문.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여전히 오늘날에도 성도들에게 울림을 주는 문장이다. 저자는 책의 처음과 끝을 하나로 관통하는 이 질문을 통해 독자들 스스로 자신이 예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현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종종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기 쉽다. 하지만 예수가 보여준 삶의 본보기를 따르고 그를 삶의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진정한 평안과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저자는 역설한다.
갈등과 혼란이 가득한 시대일수록 예수가 보여준 사랑과 희생, 진리와 정의를 되새기고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의 중요성은 커진다. 그런 점에서 ‘다시 만난 예수’는 예수를 한 번 더 깊이 묵상하고, 그의 메시지를 오늘날의 현실에 적용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다.
9가지 캐릭터의 예수를 만난 독자들에게 맥클러플린은 한 가지 선물을 더 제시한다. 각 캐릭터를 마음에 되새기며 묵상해볼 수 있는 10가지 질문들이다. 책의 후반에 마련해 둔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스스로 캐릭터의 옷을 입으며 예수와의 만남에 다시 한번 몰입할 수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