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과 그 세계’를 함께 안내했던 톰 라이트와 마이클 버드가 새로운 책 ‘예수와 권세’로 돌아왔다. 이 책을 한창 번역할 때와 전혀 다른 정치 상황이 펼쳐지면서 안정된 시기였다면 이론적 논의로 보였을 책 내용이 더없이 실재적으로 다가온다. 지금 한국의 기독교인에게 그야말로 실용서라 할 만하다.
책은 명확하게 기독교인을 독자로 겨냥하고 썼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하나님 나라 건설에 기여하는 신자로서의 사명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핀다. “정치 신학의 입문서로 당분간 이만한 책이 없을 것”이란 강영안 한동대 석좌교수의 추천사에 공감할 독자가 적잖을 것이다.
저자들은 먼저 제국과 교회의 관계를 정리한다. 로마 제국 치하에서 탄생한 기독교가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어떻게 제국을 변화시키고 자신도 달라졌는지, 그 결과로 어떻게 거대한 ‘기독교 세계’를 형성했는지를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정리한다. 인류사에서 기독교가 기여한 부분과 실패한 부분을 다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균형 있게 접해야 현실의 교회와 기독교인을 낭만적이거나 냉소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수 있다.
교회와 국가 권력의 관계를 다룬 부분도 언급해야겠다. 저자들은 ‘국가에 복종해야 하는가’ ‘때로는 저항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성경과 교회사의 주요 가르침을 통해 논한다. 권력과 권위에 대한 복종의 자세를 지적하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저항의 조건과 구체적 실천 문제까지 검토한다.
후반부에서는 오늘날 기독교인이 저항해야 할 권세 중 특별히 세 가지를 거론한다. ‘전체주의 정권’ ‘기독교 민족주의’ ‘탈자유주의적 시민 전체주의’다. 각각에 대한 논의는 지금 한국 상황과도 분명하게 이어지는 실천적 분석이다. 저자들은 흔히 말하는 좌우의 구분을 넘어서는,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좁은 길을 잘 제시했다. 저항해야 할 대상으로 거론된 이들 세 가지는 각기 정치·종교·신념적 측면에서 자기와 생각이 다른 이를 폭력이나 배제의 방식으로 억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들은 이들 권세에 맞서는 주요 원리로 ‘자유주의’와 ‘당당한 다원주의’를 제시하며 민주주의를 적극 지지한다. 민주주의는 기독교의 유산이며 이를 떠받치는 서사 없이는 한없이 취약한 제도라는 이들의 지적은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내용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는 한국에서 이 대목의 논의는 더없이 시의적절하고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