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재추진할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고 가자지구 휴전의 영구화를 끌어내야 하는 집권 2기 외교 현안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듯했던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하게 지목한 것이다. 취임 이후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사를 드러내기는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해보겠느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고 그와 잘 지냈다”고 주장했다. ‘그 문제’란 북핵과 한반도 안보를 의미하는 거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다고 전제한 뒤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을 대화 가능한 상대로 부각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 세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을 만났다.
다만 김 위원장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앞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세 차례 만남에서 어떤 합의도 끌어내지 못했고,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임기엔 북 미 대화가 차단돼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격상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또는 종전 협상이 지연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파병과 무기 지원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유지될지도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했었다.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화상 연설을 하면서 러시아·중국과의 핵 군축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북한만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