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는 설날에 빼놓을 수 없는 풍습이다. 설빔을 차려입고 제기를 차고 복조리를 내거는 모습 등은 많이 사라졌지만 세배는 여전히 설날의 으뜸 행사다.
세배는 세뱃돈이 오가기 마련인데 금액은 형편마다 다르다. 그런데 얼마를 주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해마다 설을 앞두고 실시되는 다양한 설문조사들이 이를 반증한다. 동네 이웃 간 중고 물품 거래를 알선하는 업체 당근이 24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설날 조카 세뱃돈’으로 5만원이 적정하다는 응답(38%)이 가장 많았다. 10만원은 28%, 3만원은 14%였다. 부모님이나 웃어른 용돈으로는 30만원(31%)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50만원(22%), 20만원(20%) 순이었다. 이는 세뱃돈을 주는 사람들이 정한 금액이다.
세뱃돈을 받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카카오페이가 7만8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10~20대의 60%가 10만원을 적정 세뱃돈이라고 대답했다. 이 조사에 응한 중고등학생들이 지난해 설날에 받은 세뱃돈은 평균 7만4000원이었다. 3년 전 5만4000원에 비해 37% 올랐다.
세뱃돈은 유교문화권인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화 현상인데 이를 둘러싸고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캄보디아에서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세뱃돈과 쌀을 나눠주는 풍습이 있는데 지난 23일 수도 프놈펜 도심에서는 이 나라의 대표 갑부 속꽁(78)의 저택에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 4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1인당 4만 리엘(약 1만4000원)과 쌀 2㎏을 나눠준다고 하자 서로 먼저 받으려고 앞사람을 밀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중국은 지방 정부가 나서서 올해 세뱃돈의 상한선을 20위안(약 4000원)으로 제한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곳이 많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모르는 사람끼리도 세뱃돈을 주고 받는데 설날에 택시 기사에게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 것도 일종의 세뱃돈이라고 한다. 베트남 여행객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