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분주’ 정용진·‘차분’ 김범석… 트럼프 취임식장 ‘정반대’ 행보

입력 2025-01-24 01: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행보는 선명히 대비됐다.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의 인연을 앞세우며 방미 내내 일정을 적극 공개했다. 반면 김 의장은 한국계 기업가 처음으로 트럼프 차기 정부 주요 인사를 만났지만 조용히 일정을 마쳤다.

정 회장의 방미는 처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 회장은 미 뉴욕 JFK공항에 미리 모인 뉴욕 특파원과 기자들 앞에서 “사업가로서 맡은 바 임무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일정은 꽤나 상세하게 공개됐다. 취임식 당일인 20일(현지시간) 한파로 취임식 장소가 실외에서 실내로 바뀌었다. 한국의 주요 총수들이 초청을 받은 와중 누가 진짜 취임식장에 입장할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 회장이 취임식 영상을 볼 수 있는 ‘캐피탈 원 아레나’ 입장권을 받았다고 알려왔다. 21일에도 정 회장의 일정이 공유됐다.

김 의장은 정 회장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김 의장은 지난 18일 JD밴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주최한 만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등 주요 글로벌 CEO들을 만났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존 렛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자 등과 면담하기도 했다. 취임식도 정 회장이 생중계 영상으로 지켜본 것과 달리 국회의사당 내 노예해방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연설하는 것을 봤다. 중요한 일정들이었지만 쿠팡은 세세한 일정 공유에 나서지 않았다.

쿠팡은 창업자의 행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편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하지만 공교로운 측면도 있다. 김 의장이 트럼프 취임식에서 글로벌 CEO로서 위상을 보이는 기간, 한국 국회에서는 쿠팡 택배기사 과로사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강한승 쿠팡 대표 등이 참석했으나 김 의장은 취임식 일정으로 불참했다. 여야 의원 모두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취임식은 가고 청문회는 안나오느냐”고 했다. 600일 가까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생계가 끊겼던 택배기사에게 사과를 한 이는 강 대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두 총수가 큰 이벤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준 장이었다. 정 회장은 드러내고 싶어했고, 김 의장은 굳이 드러나고 싶지 않아 했다.

이가현 산업2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