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피청구인과 증인으로 만났다. 김 전 장관이 지난달 8일 긴급체포된 후 두 사람이 마주 보게 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국회 측이 요구한 대통령과 증인 사이 가림막은 설치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이날 각각 서울구치소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법무부 호송 차량을 타고 헌재에 도착했다. 김 전 장관은 오후 2시25분쯤 심판정에 들어왔다. 머리가 반쯤 하얗게 센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고개를 들어 김 전 장관을 빤히 쳐다봤지만, 김 전 장관은 시선을 맞추진 않았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계엄 선포를 결심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윤 대통령은 그를 계속 응시했다. 또 “국회에 병력이 추가로 들어온 시간이 계엄 해제시간과 맞물려 질서유지 임무를 못하고 종료됐다”는 김 전 장관 발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기억과 다른 진술에 답답함을 느낀 듯한 윤 대통령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대통령 측 대리인이 국회 본청에 들어간 군인 수를 묻자 김 전 장관은 “280명이 다 들어갔다고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요원들이 본관 건물 밖 마당에 주로 있었습니까, 아니면 건물 안으로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갔습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김 전 장관은 “280명이 본관 안 복도든 어디든 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국회 본회의장 내부로 직접 들어간 병력은 12명에 불과하다”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측 반대신문이 시작되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다만 휴정 후 윤 대통령 측이 “소추인(국회) 측 답변도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하자 “그렇게 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오후 4시57분 증인 신문을 마친 김 전 장관은 퇴장하며 윤 대통령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도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 대통령이 헌재에 깔끔한 헤어스타일로 출석한 것을 두고 야당은 특혜 논란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실 협조 요청이 있어 교도관 입회 하에 간단한 모발 정리 등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