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 호소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계엄으로 국회 다수당 패악질에 경종을 충분히 울렸다는 측면에서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조를 맞추며 윤 대통령을 엄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회 측이) 실패 원인을 묻는 건 다분한 의도를 가진 질문”이라며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를 아주 신속히 했고, 저 역시 해제 요구 결의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철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위헌 지적을 받은 ‘포고령 1호’에 대한 책임을 돌리려는 듯 김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며 답변을 끌어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인가 2일 밤 김 전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갖고 온 거로 기억한다”며 “법적으로 검토하면 손댈 게 많고 법규에도 위반되지만, 계엄이 하루 이상 유지되기 어려우니 상징적 측면에서 그냥 놔두자 했는데,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평상시보다 꼼꼼히 안 보시는 걸 느꼈다. 항상 법전부터 먼저 찾으시는데, 그날은 안 찾으셨다”고 호응했다.
전공의 등 미복귀시 처단한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전공의를 왜 넣었느냐 웃으며 얘기하니, 계고 측면에서 그냥 뒀다 해서 저도 웃으면서 놔뒀는데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지금 말씀하시니 기억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포고령 집행 가능성이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국회 측 신문에서 “주무 장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집행) 하는 게 맞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통제 목적도 재차 부인했다. 그는 “계엄 효력이 오후 11시 발생했는데 오전 1시 계엄 해제안이 통과됐다는 사실만 봐도 통제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봉쇄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김형두 헌법재판관 질문에 “봉쇄는 울타리를 에워싸 한 사람도 넘어가게 두지 않는 것인데 (국회의원이) 많이 넘어갔다면 봉쇄가 안 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국민들은 이번 계엄을 ‘계몽령’으로 이해하는데, 반국가세력이 대통령을 내란죄로 몰아 구속했다”고 주장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