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이어진 정국 불안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정책도 변수로 거론된다. 정부는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대비 0.4% 포인트 낮춘 1.8%로 예상한 상태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내다본 올해 전망치(1.9%)를 두 달 만에 1.6~1.7% 수준까지 조정했다.
정부는 최근 1분기 경제 상황에 따라 추가 경기보강 방안을 내놓겠다고 언급하며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23일 “재정 신속 집행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거나 경제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1분기 중 적정한 시기에 의사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경제에 예상되는 ‘성장 먹구름’에는 정치 불확실성, 대미 통상 압박 등 각종 하방 압력이 자리한다. 여기에 한국 경제가 성장 정점을 찍고 구조적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확산하고 있다. 자본시장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2일 탄핵 정국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0 시대까지 겹치며 올해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상반기까지 경제심리 위축과 투자 지연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해 11월 국내 상경계 교수 111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10명 중 6명(57.6%)이 올해 잠재성장률을 1.8%로 추정했다. 지난해 한은 추정치인 2.0%보다도 낮은 수치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교수들은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피크 코리아’ 시각에도 66.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22일 니어재단 신년 경제포럼에서 “고령화와 양극화에 대응하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1%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내수 회복력을 상실하고 관세전쟁과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속에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정 투입 확대 요구도 확대일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2025년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과 정책 여건’ 보고서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수단 모색이 필요하다”며 “정치불안에서 비롯된 위축된 민간의 경제심리와 악화된 대외 신인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경제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올해도 경기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미국 신정부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며 약속드린 경제·민생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의 추가 집행 외에도 공기업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