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내라는 건 의원 아니라 요원”… 尹 주장대로 진술한 김용현

입력 2025-01-23 18:42 수정 2025-01-24 00:05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증인 신문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기 전 윤 대통령 쪽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해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전면 부인했다. 논란의 비상입법기구 구성 계획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관련 구상이 담긴 ‘최상목 쪽지’는 본인이 작성하고 전달했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향후 탄핵심판 증인으로 서게 될 군 지휘부, 국무위원들과의 진실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요원 빼내라’가 ‘(국회)의원 빼내라’로 둔갑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국회 상황 보고를 받고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을 더불어민주당에서 ‘의원들 빼내라’로 둔갑시켰다는 주장이다. 김 전 장관은 “요원을 철수하라 하면 되지 왜 빼내라 하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우리 군병력과 국회 직원들이 밀고 당기는 혼잡 상황을 보고받고 ‘잘못하다 압사사고가 나겠다’고 생각해 일단 (요원을) 빼라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검찰 수사와 곽 전 사령관 주장과 배치된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김 전 장관 공소장에 김 전 장관이 곽 전 사령관에게 “빨리 국회 문 열고 들어가 의원들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한 혐의를 적시했다. 곽 전 사령관은 전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 했다’는 주장에 대해 “분명히 사실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다음 달 6일 증인 출석한다.

김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최상목 부총리에게 쪽지를 건넸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있다. 실무자(대통령비서실 행정관)를 통해 전했다”고 말했다. “작성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제가 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3차 변론에서 “쪽지를 준 적 없고, 만들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이에 부합하는 진술이다.

A4 용지 크기 문건에는 ‘국회 예산 차단’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내용이 적혀 있다. 국회 측은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고 한 것으로 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고 들어와 갑자기 제게 참고하라며 접은 종이를 줬다”며 “직접 주지는 않았고 저를 보더니 ‘참고하라’고 했고, 옆의 누군가가 자료를 줬다”고 말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 관련 지원금, 임금 등 완전 차단은 왜 쓴 것이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국회가 아닌 국회 지원단체 보조금 차단”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국회 존재를 부정하는 내용이었다면, 계엄을 반대한 기재부 장관(최 대행)에게 줄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거들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된 문건에 대해서도 “내가 작성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날 조 장관은 국회에서 ‘대통령에게서 직접 쪽지를 받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 일부가 계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구인지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모든 장관이 다 계엄에 반대했고 저도 반대했다”고 말한 내용과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배경에 관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질문에 “부정선거 증거 수집보다는 실체 파악을 위해서였다”며 “선포 요건 판단은 대통령 몫”이라고 했다.

이형민 성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