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 뜻”… 최 대행 국정운영 비판

입력 2025-01-23 18:5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여론조사 추이를 두고 “국민들의 뜻”이라며 겸허히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강조하며 “정치 보복은 안 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다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 대해서는 “대놓고 법을 무시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된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민들께서 이제 민주당에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것이 우리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존에) 우리가 항의하는 야당, 소위 약자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강자가 제거된 일종의 ‘갑’의 위치,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보고 국민의 기대가 높아졌을 수 있다”며 “책임성 있게 우리 역할을 재정립하고 정책 방향 등을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불거진 극단적 사회 갈등 양상에 우려를 표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성공한 이유는 평생을 가해당했으면서도 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치보복이라는 단어조차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 ‘내란 세력’을 사면할 것이냐는 얘기를 벌써부터 하는데 명백한 위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극단적인 단기 이익에 매몰돼 극우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극우적 극단주의 행태로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책임질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현재 국정 운영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권한 행사의 기준이 오락가락, 멋대로”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등의 사안엔 소극적이면서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남발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도 정부가 여당 눈치를 보느라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에는 말을 아꼈다. 대신 “최대한 인내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각성하길 바란다”며 경고했다.

이 대표는 당의 가짜뉴스 대응을 두고 여권에서 ‘대국민 카톡 검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카톡 검열은 가능하지도 않고, 이런 용어를 쓰는 것도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극단주의 세력의 가장 큰 자원이 가짜뉴스”라며 “공화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앞서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 한 명만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선 “정당은 다양성이 생명”이라며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일극체제라고 할 것인지, 아니면 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 것인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기자회견을 ‘정치적 분장술’이라고 깎아내렸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가 회견에서 공정 성장, 기업경쟁력, 자본시장 선진화, 한·미동맹 강화 등을 주장했다”며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면 정치적 변신이자 분장술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