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주요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를 위한 틀을 고민할 시점이라며 ‘개헌’ 논의 대열에 동참했다. 최근 당 지지율 침체 상황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탄핵 정국 상황에서 현재의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자 비명계가 정치 현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일곱번째나라LAB’ 창립 기념 심포지엄 축사에서 “2017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됐을 때 개헌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때 마땅히 민주당이 개헌에 성공했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한 것이) 지금과 같은 불행을 초래한 한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제7공화국을 열어야겠다는 열망을 갖고 계시다. 그 일을 성공시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에 체류 중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대통령 파면과 정권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의 완전한 리셋”이라며 “개헌을 포함해 제7공화국을 출범시키는 새로운 사회 대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곱번째나라LAB은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탄생을 목표로 설립한 ‘링크탱크(Link Tank)’다. 박 전 원내대표는 “새로운 정부는 연합정치·연합정부가 돼야 한다. 정권교체와 제7공화국의 문을 여는 데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한국형 뉴딜 연합’을 형성하자”고 제안했다.
심포지엄엔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참석했다. 김 전 지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민주당에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개혁 세력이 여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바닥 민심을 외면하고 근본적 변화 없이 말로만 민생·민주·경제를 외친다고 국민의 마음이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어떤 역할이든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노력하겠다”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도 예고했다.
김동연 지사 역시 “민주당부터 겸허하게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다양한 가치를 표방하는 정치집단, 시민사회,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다 함께 합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헌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지난 대선 때 설명한 제 입장과 당의 입장을 참고하시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었다. 행사에 참석한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개헌이라는 의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개헌을 던지면 ‘판’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아쉽지만 지금은 개헌을 얘기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개헌 논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