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1%로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다. 연간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인 2.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GDP(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1%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한은 전망치 0.5%를 한참 밑도는 수치로 사실상 성장 정체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1분기 1.3%의 깜짝 성장을 기록했으나 2분기 역성장(-0.2%)했다. 3분기 반등(0.1%) 폭이 미미한 상황에서 4분기에도 0.1% 성장에 머물렀다.
성장률의 발목을 잡은 건 내수다.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전 분기 -0.8% 포인트에서 0.1% 포인트로 전환했지만 내수 성장 기여도가 전 분기 0.8% 포인트에서 0.0% 포인트로 크게 축소됐다.
특히 정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심리 악화 등으로 민간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애초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9월부터 1%대로 안정되고, 10월과 11월 기준금리 인하로 고금리 부담이 줄면서 내수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망치(0.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2%에 그쳤다.
여기에 건설투자 역성장(-3.2%)도 지속됐다. 3분기(-3.6%)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2분기 -0.3% 포인트에서 3분기 -0.4% 포인트, 4분기 -0.5% 포인트 등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1월 전망 때와 비교했을 때 민간소비·건설투자 쪽에서 전망치와 차이가 많이 났다”며 “수출은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0%로 추산됐다. 2023년(1.4%)보다는 높지만 11월 한은 전망치 2.2%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 해 전체 흐름으로 봐도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이 눈에 띄었다. 민간소비 증가율의 경우 2023년 1.8%에서 지난해 1.1%까지 쪼그라들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4.6%) 이후 최저치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이 경제심리 악화로 기존 전망치였던 0.5%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지난 20일 공식 블로그 게시글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추가로 낮췄다. 신 국장은 “정치 불확실에 따른 심리 위축과 건설 부진에 올해 1분기 성장률도 전망치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과 국내 추경 논의 등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